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이달 착공 예정이던 '제물포길 지하화 사업'이 사업실시계획 인가가 늦어지면서 8~9월로 또 미뤄지게 됐다. 일부 여의도 주민들이 이달 초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반대 공청회 등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사업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늦어도 오는 9월까지 사업 승인을 내고 제물포터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는 인가 필수요소인 환경영향평가와 교통량 예측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경인고속도로 신월나들목에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잇는 제물포길 지하화 사업은 2007년 처음 추진돼 2013년 민자사업으로 확정됐다. 총 7.53㎞의 이 터널을 이용하면 40분 넘게 걸리는 출퇴근 시간이 10분으로 단축된다. 1공구와 2공구 각각 현대건설,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았다.
지상은 차로를 줄여 공원과 자전거도로 등의 시민공간으로 조성되며 다음 달 발주를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
그러나 터널 출구에 위치한 여의도 목화·미성 등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과 공해, 교통량, 안전 등을 문제로 반대하면서 사업은 2년 가까이 지체돼 왔다. 서울시와 교통난 해소 차원에서 사업을 찬성하는 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 다른 지역 주민들은 답답한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7번의 만남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했으나 결국 전원 설득에는 실패했다"며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접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제물포터널은 소형차 전용도로로 매연이 많은 덤프트럭과 같은 대형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 만큼 환경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여의도 주민들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대 집값은 사업 기대감과 부동산 경기 회복이 맞물려 상승세다. 양천구 신월동 '양천벽산블루밍 2단지' 59㎡(이하 전용면적)은 연초보다 4000만원 가까이 오른 3억원대를 호가(집주인이 부른 가격)하고 있다.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삼성 2차' 59㎡도 같은 기간 3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실제 착공에 들어가고, 사업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화곡·신월동을 중심으로 집값이 더 뛸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터널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며 "만장일치 사업 추진은 무리지만 계속적으로 여의도 주민들과 의견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