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강영관 기자 =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개발사업 기부채납(공공기여금)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강남구는 최근 공공기여금을 우선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시에 공식 요청했는데, 서울시는 시의 균형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20일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공개 호소문을 통해 한전부지에 571m의 초고층 건물과 62층의 호텔이 세워질 때 발생하는 주변의 교통대란, 환경 피해, 상대적 낙후 현상 등을 보완하는데 공공기여금이 최우선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42조 2, 제 2항 12호, 13호에 보면 공공기여금은 해당 자치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내에 우선 사용하고, 나머지는 자치구 내의 취약한 시설에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치구에는 공공기여금을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한전부지 개발에 대한 공공기여금은 개발비 상승으로 인해 우리 주민들이 직접 피해를 보는 한전부지 일대와 우리 관내 취약시설 정비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여의 의미가 종상향 등 토지이용규제 완화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지역에 기반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인 만큼 우선사용권은 강남구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강남구도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으로 개발 이익을 보는 만큼 일부를 잠실종합운동장 개선 사업에 사용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공기여의 사용처에 대한 결정은 도시계획 결정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에 있는 만큼 강남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전부지 개발과 관련한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건축 인허가 사항 등은 도시관리계획 결정권자인 서울시장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해당 자치구가 우선사용권을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교류복합지구가 강남구와 송파구에 걸쳐 조성되는데 비율적으로 60% 이상 강남구에 조성되는 만큼 공공기여금의 대부분은 강남구에 투자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강남구의 문제 제기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공공기여 사용처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영진 법무법인 중원 변호사는 "기부채납의 주체가 서울시이기 때문에 사용처에 대한 판단도 서울시가 주체가 돼야 한다고 보여진다"면서 "다만 기부채납이라는 입법 취지가 개발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정비기반시설을 제공함으로써 해결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의 취지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은 파생되는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최근 국토부에 기부채납을 해당 구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 시행령에 아예 명시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시는 기업 등이 내는 공공기여금을 서울시 내 모든 자치구에서 쓰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국토법 시행령 개정 추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입장에서는 자치구를 하나의 생활권 단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시행령 개정안을 이번에 건의한 게 아니라 이전부터 계속 진행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