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조선인 강제징용이 이뤄진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 논의를 앞두고 미국 하원의원들이 3일(현지시간) 강경하게 반대를 표명했다. 만약 일본의 요청대로 등재가 그대로 이뤄질 경우, 또 한 번 역사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크리스 깁슨(공화·뉴욕) 등 민주·공화 양당 의원 6명은 이날 마리아 뵈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의장에게 연명(連名) 서한을 보내 “왜곡된 일본 산업혁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 의원들은 “부끄러운 노예노동에 대한 언급 없이 이들 시설의 성과 위주로만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의 입맛대로 역사를 선택적으로 기술할 것이 아니라 역사의 ‘명암(明暗)’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기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원들은 노예노동에 앞장선 산업체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아소 그룹, 도카이 카본, 우베흥산, 신일본제철, 일본석유엔지니어링, 스미토모제철, 후루가와그룹, 덴카 등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했다.
또 “수만 명의 한국인은 거의 노예와 같은 상태에서 노역했다”며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와 연합군 전쟁포로의 노예 노동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는 유네스코의 원칙은 물론 인류의 존엄성을 앞세우는 유엔의 세계인권선언과도 맞지 않다”고 역설했다.
한편 교도통신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산업혁명 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사가 5일로 미뤄질 전망”이라고 4일 보도했다. 역사 문제(조선인 강제징용)를 놓고 한일 간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연기 이유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