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기’ 국면으로 흐르면서 당분간 집권여당은 회복할 수 없는 내홍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이날 친박계는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이후 견지해온 '유승민 사퇴'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비박계도 '장외 설전'을 통해 '유승민 지키기'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친박(친박근혜계) 대 비박(비박근혜계) 계파갈등이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대폭발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보이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을 비롯해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친박계가 거듭 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당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박계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는 데다 유 원내대표 본인도 당장 사퇴할 의향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터라 일단 최고위를 소집해 국면 전환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유승민 사퇴를 둘러싼 당 내홍이 '장기전 국면'에 돌입할 것을 대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이를 두고 비박계 재선 의원 20명은 '의원총회'가 아닌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을 내놓으며 친박계의 공세에 대응했다.
당 수장인 김무성 대표도 이를 의식한듯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당일 오후로 예정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언급한 뒤 "오늘 회의에서 (유승민 거취 문제 등) 모든 것을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종 결정은 최고위원회의가 아니라 의총에서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물론"이라면서 "이런 일이 있으면 당 지도부의 의견조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고위를 개최하는 것)"라고 강조했다.
한편 집권여당이 연일 심각한 내홍 국면으로 거듭하면서 6월 임시국회를 비롯해 향후 의사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법 재의결을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마저 잠재울 정도여서, 국회법은커녕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만 기다리던 61개 법안의 처리마저 요원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처리를 촉구한 서비스발전법, 관광진흥법 등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은 물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15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마저 중단돼 행정부의 목을 타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