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사실상 중단됐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 양행 통합절차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이날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이 외환은행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합병절차중단 가처분 이의신청을 인용하고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합병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2·17합의서에 대해 "가능한 5년간 외환은행을 독립법인으로 존속하도록 하는 취지"라며 "5년간 합병을 위한 논의나 준비작업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로까지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현 시점부터 합병에 대한 논의 및 준비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더라도 합병 자체가 실질적으로 완성되는 시점은 합의서에서 정한 5년이 모두 지난 후가 될 가능성이 있어 임시적 가처분으로 합병절차 속행금지를 명할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3월 양행의 합병절차를 이달 말까지 중단토록 한 법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 합병절차 중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고 당시 재판부는 "당장 합병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하나금융은 곧장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재판부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는 사례가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양측의 대화에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조 측에 통합브랜드명에 외환은행 브랜드를 포함시키는 것과 인사규정 '투트랙' 방안을 제시한 것이 법원의 결정을 뒤집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4월 법원의 1차 심리 이후 진행된 협상에서 외환은행 노조가 새로운 합의서 제안을 요구하자 통합은행 브랜드명에 외환은행 브랜드를 포함시키고 인사규정도 투트랙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 지난 2월 가처분신청 인용 결정 이후 지난 4개월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는 등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은행의 수익 기반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하나금융은 조기통합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노조 측에 '노사 상생을 위한 대화합'을 제의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노사가 힘을 합쳐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외환은행 노조와의 대화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당장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진행하지 않고 하나금융과의 대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추가 법적 조치의 여지도 남겨뒀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당장 추가 조치에 나서진 않지만 지난 1월 가처분신청서 제출 당시처럼 하나금융이 단독적으로 조기통합을 추진할 경우 추가 법적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