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메르스 아마추어 정부'의 혹독한 대가

2015-06-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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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그저 '중동의 감기'일 뿐이다." 지난달 20일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나온 사실이 알려진 직후다.

이달 들어서도 똑같은 발언을 수차례 들었다. 복지부는 물론 감염내과 전문의들, 대통령까지 같은 말을 했다.

과연 메르스는 중동의 감기에 불과했을까.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면 이들의 발언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알 수 있다. 1명에 불과했던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는 한 달여 만인 21일까지 169명으로 급증했다.

25명의 국민이 메르스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유가족은 사망자와 밀접 접촉했다는 이유로 격리돼 고인이 된 가족의 장례조차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

사회가 치른 대가도 크다. 2·4분기부터 회복이 기대됐던 내수는 다수 주저앉았다.

평소 사람이 몰리던 대형마트과 백화점·놀이공원·영화관·야구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메르스 환자가 급증한 6월 들어 대형마트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매출은 더 크게 떨어졌다. 전국 전통시장의 매출은 50~80% 쪼그라들었다.

관광산업도 극심한 피해를 겪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 1~19일 국내 여행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은 12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로 인한 피해액만 2146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내국인의 해외 관광 예약률도 뚝 떨어졌다. 성수기인 7~8월 해외여행 상품 예약은 전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메르스 확진자 중 1명이 잠복기에 '메르스 청정지역'이었던 제주를 여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 관광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의료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로 무너졌다. 삼성이 1994년 만든 이 병원은 그간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으로 꼽혔다.

하지만 국내 첫 메르스 환자를 발견해내고도 다른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80명이 넘는 환자를 양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메르스가 중동의 감기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안이한 상황 판단과 부실한 대응의 결과는 참혹하다. '감염병 대응 아마추어'인 정부를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정부는 이런 실수를 다시는 저질러선 안 된다.

국제 교역과 여행의 증가로 감염병은 특정 국가나 지역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에서 시작된 감염병이라도 언제든 국내에서 상륙할 수 있다.

과거 성공적인 대응 사례도 배워야 한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3년 중국·홍콩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는 전 세계적으로 8400여명이 감염되고 810여명이 숨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3명의 환자만 발생했다.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것으로 국내 전파는 없었다. 이들 모두 한 달도 안 돼 완치 판정을 받았다.

당시 참여 정부는 인접 국가에서 사스 환자가 급증하자 긴급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소집했다. 국내에 의심 환자가 나오자 범정부 차원의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민간 의료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선제적 대응과 적극적인 민관 협조로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았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정부의 아마추어 대응으로 국민이 감염병에 노출되고 숨지는 비극이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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