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전력업계 '여제(女帝)'로 십여년간 군림해온 리샤오린(李小琳) 중국전력투자그룹 부회장 겸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 회장이 비밀리에 좌천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북경상보(北京商報)는 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의 딸이자 중국 전력업계 대표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리샤오린이 기업 합병과정에서 인선에서 밀려나 한직으로 좌천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고 9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CPI그룹과 국가핵전기술공사(SNPTC)가 합병, 중국전력투자그룹공사가 새롭게 탄생했다. 하지만 새로운 회사 임원진 명단에 당연히 있어야할 리 부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홍콩 대공보(大公報)는 지난 2일 열린 중국전력투자그룹공사 '제1회 임원진 학습회의'에서 공개된 임원진에서 리 부회장이 제외됐고 류창커우(劉强口)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부주임이 직접 리 부회장을 한직인 다탕(大棠)그룹 부회장에 임명했다고 최근 전했다.
리 부회장이 인사 소식을 듣자마자 크게 화를 내며 문을 박차고 나갔으며 본인이 인사를 몰랐던 것으로 미뤄 비밀리에 좌천이 추진된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당국은 아직까지 새 임원진 명단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북경상보가 사실확인을 요청했지만 "아직 공식 문건을 받은 바 없다"며 회사 측 역시 입을 닫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소식이 사실이라면 당국이 리샤오린의 전력업계 퇴출 수순을 밟는 것 같다"면서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후 매서워진 반부패 칼날이 리펑 일가를 겨눈 모양새"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 전력업계를 주물렀던 리 부회장은 각별한 명품사랑,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 의혹으로 의심과 비난의 눈총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2012년 중요 정치행사에 2000달러 명품 정장을 입고 등장해 누리꾼에 비난이 폭주했음은 물론 지난해 1월에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U)가 리 부회장과 그녀의 남편이 2005년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폭로, 무려 245만 달러의 조세회피 의혹을 사기도 했다.
앞서 불거진 리 부회장의 오빠 리샤오펑(李小鵬)의 위기설도 리펑 일가가 '부패'로 무너지고 있다는 추측에 힘을 실었다. 리샤오펑은 국유 전력기업 화넝(華能)그룹공사 회장직을 거쳐 최근 산시(山西)성 성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산시성 공직자들이 대거 '비리'로 낙마하면서 지난 2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성장의 감독 및 감찰 업무를 모두 부성장에게 넘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