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자격’은 “내 자식만은 세상의 갑이 되기”를 원하며 사교육을 위해 강남에 입성한 중산층 부부를 통해, ‘밀회’는 상류층인 줄 알았지만 실은 허울 좋은 노예였던 중년 여성과 상류층의 위선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의 불륜을 통해 갑과 을을 관찰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조금 더 노골적이다. 초일류 집안 아들 한인상(이준)과 서민 가정 딸 서봄(고아성)의 혼전 임신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한 채로 계급 상승에 대한 을의 욕망과 초상류층의 이중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드라마 전반에 짙게 깔린 블랙 코미디는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현미경 쯤 된다. “오직 일류대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야”라고 말하는 자신에 자아도취 하다가도 “요즘은 직급이니 재산이니 뭐니 해서 죄다 에스컬레이팅돼서 도무지 변별이 안 된다”며 몸서리를 치는 한정호와 유명 역술을 소개해달라는 친구에게 “법리를 다루는 집안에서 어떻게 미신을 믿느냐”며 고상을 떨더니만 이내 갖고 있던 부적을 들켜버리는 최연희의 모순적 대사는 상류층의 이중성이다.
불확실한 미래와 신념 사이에서 충돌하는 인상과 봄은 어떤 선택을 할까? 새로운 갑 혹은 새로운 을의 모습을 풍문으로라도 확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