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전남)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복용하는 인슐인 양을 더 늘리세요. 저혈당이 되지 않게 조심하셔야 해요." 지난 20일 전남 장병도 앞바다에 정박한 병원선 '전남512호'에서 찾아온 할머니에게 이경호 공중보건의(31·내과 전문의)는 신신당부했다.
이날 전남512호가 찾은 곳은 목포항에서 1시간40분가량 떨어진 장병도다. 이 섬에는 주민이 91명이 살고 있지만 의료시설이 한 곳도 없는 무의도(無醫島)다. 이곳 주민들은 아프면 인근 하의도나 목포로 나가 치료받아야 하는데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만만치않다. 병원선은 직접 주민들을 찾아오는데다 진료비와 약값이 무료여서 무엇보다 반가운 시설이다.
현재 인천·충남·전남·경남 등 전국 4개 지역에서 운항 중인데 전남에는 두 척의 병원선이 있다. 그 중 서부권(목포·무안·신안·진도·영광)을 담당하는 17톤 규모의 전남512호에는 내과 전문의와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이 상주하며 각 무의도를 1년에 3~5차례 방문해 진료한다.
3개월에 한 번꼴로 무의도 주민을 찾다보니 병원선에는 환자가 항상 북적인다. 이날 512호에도 당초 예약자보다 2배 많은 40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병원선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인이라 고혈압·당뇨 등의 만성질환자를 비롯해 관절염, 치과 환자가 많다. 대부분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질환이지만 약물남용과 예산 문제로 약은 최대 1개월치까지만 지급한다.
그런데 섬 환자 중에는 보건소나 약국 방문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 병원선 다음 방문 때까지 약을 아껴먹거나 보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병원선 관계자는 "병원선을 찾는 환자들은 1000원 남짓의 진료비에도 부담을 느낄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다"면서 "섬 주민들에게 충분한 의료지원을 해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남도가 병원선을 2척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29억원에 달한다. 이 중 선박 점검·수리를 위한 8억원가량만 국비로 지원받고 유류비와 인건비, 약품 구입비 등 나머지는 도비로 운영한다.
강영구 전남도청 보건의료과장은 "어선들과 달리 의료취약지 주민의 건강을 돌보는 병원선에는 면세유 등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유류비로만 12억원이 쓰이고 있다"면서 "정부의 병원선 지원이 보다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