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거제 양성모 기자 =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9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중심돼 만들어진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가 30일 오후 2시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 위치한 옥포조각공원에서 ‘전국 조선소 노동자 결의대회’와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조선업종 노조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1994년 조선노협 이후 11년 만이다.
오전부터 속속 도착한 노조원들은 오전 1시 50분 행사장에 집결했으며 오후 2시 20분 사회를 맡은 민형태 현대삼호중공업지회 사무장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변성준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위원장은 조선노연 출범선언문 낭독을 통해 “우리는 2015년 조선노연 요구로 △조선소 중대재해 근절 제도개선 △중형조선소 활성화 △조선소 해외매각이전 규제 등 대정부 요구 3가지와 △고용안정 및 총고용 보장 △위험성 평가실시 등 사업장 공동요구를 마련했다”며 “조선소 노동조합들은 물론 금속노조와의 임단협 시기집중투쟁을 결의했다. 특히 올해 임단협은 금속노조와 '양대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가 이미 선언했듯이 전체 제조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큰 투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은식 현대삼호중공업지회장은 “한국 조선산업이 중병을 앓고 있는데도 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구경만 하고 있다. 무능한 정부는 통영 미륵도 3개 중형 조선소 중 아직 단 한 곳도 살려내지 못했다”면서 “심지어 성동조선은 2년 치 일감을 수주해놓고도 채권단의 책임회피로 부도위기에 높이기도 했다. 국가정책과 지원대책 없는 한국 조선산업의 현재와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고 목소릴 높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강원식 현대미포조선노조위원장은 “조선소 노동환경은 더욱 절망적”이라며 “기업들은 경영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임금동결과 복지삭감 등 모든 노동조건을 후퇴시켰고 끝없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내하청비율이 타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고,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심각하다. 기본적인 안전관리조차 없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도 노동부도, 기업들도 모두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정부의 관심을 요구했다.
박성호 한진중공업지회장은 “조선산업과 조선소 노동자들에 대한 응급조치가 시급하다. 정부와 기업들이 대책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과거 유럽처럼 한국 조선산업도 추락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며 “머지않아 세계 최고 조선기술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조선산업이 무너지면 국가경제가 휘청이고, 수많은 노동자 가정과 지역사회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장섭 STX조선지회장은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 아홉 곳 조선소 노동조합은 조선업종노조연대를 결성했다”면서 “우리는 조선업종노조연대를 통해 전국의 조선소 노동자들을 하나로 모으고, 조선소 노동자의 목소리를 정부와 기업들에 확실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시한 대우조선노조위원장은 “정부는 조선산업과 조선소노동자들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조선노연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 또한 올해 임단협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명과 임금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행사를 마친 뒤 노조원들은 공원을 출발해 신협 4거리까지 1km 구간에서 거리행진을 하고 오후 5시께 해산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침부터 내린 비에도 불구, 현대중공업 노조원 800여명을 비롯, 대우조선해양 550여명, 성동조선해양 300여명 등 총 22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조선노연측은 이보다 많은 3200여명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성동조선해양지회, 한진중공업지회, 현대삼호중공업지회, 신아sb지회, STX조선지회 등 금속노조 소속 5개 조선소와 민주노총 소속인 대우조선노조, 단일노조인 현대중공업노조, 현대미포조선노조,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등 총 9개 조선 노조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