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투어 챔피언 안병훈 “달 위를 걷는 기분”

2015-05-2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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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야드 육박하는 장타력으로 아시아 선수로는 대회 첫 정상…올해 US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권 및 3년간 투어 시드 확보…세계랭킹 54위로 치솟아

2009년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그 해 한국오픈에 초청받은 안병훈(왼쪽). 오른쪽은 그의 아버지인 안재형씨다.                                [사진=KGA 제공]





프로골퍼 안병훈(24)은 만만찮은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그늘 아래 가린 면이 없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메달리스트인 안재형-자오즈민이다.

안병훈은 2009년 아마추어골프대회로는 세계적 권위를 지닌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그 덕분에 그 이듬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US오픈·브리티시오픈에도 출전했다.

그는 2001년 프로가 됐으나 뛸 무대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유러피언 2부(챌린지)투어로 눈을 돌렸다. 프로 데뷔후 3년간 ‘무명’ 시절을 보낸 그는 지난해 8월 롤렉스 트로피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비록 2부투어 우승이었으나 그는 올시즌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고 24일 잉글랜드 웬드워스클럽에서 끝난 유러피언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여유있게 제치고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그가 기록한 21언더파는 이 대회 역대 최다언더파다.

아시아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아시아 선수가 영국 본토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83년 아오키 이사오(일본)가 유러피언오픈에서 우승한 이래 사상 둘째다. 한국 선수가 유러피언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최경주 위창수 양용은 노승열 정연진에 이어 그가 여섯째다.

우승상금 83만3330유로(약 10억1500만원)는 생전 처음 만져보는 거금이지만, 이 우승으로 그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미래를 보장받았다.

우선 2018년말까지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또 올해 메이저대회인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현재까지 두 대회 출전이 확정된 한국(계) 선수는 재미교포 케빈 나와 아마추어 양건, 그리고 안병훈 뿐이다.

이 우승으로 그의 세계랭킹은 지난주 132위에서 54위로 치솟았다. 배상문 노승열 최경주를 제치고 한국 선수 중 최고랭커가 됐다. 그가 여세를 몰아 세계랭킹 50위내에 들면 웬만한 메이저급 대회에는 다 출전할 수 있게 된다.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 대표팀으로 선발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안병훈은 투어 시즌 상금랭킹에서 3위(약 13억6600만원)로 올라섰다. 이 부문 1위는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안병훈의 주무기는 장타력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버샷을 평균 294.6야드나 날렸다. 웬만한 서양선수 못지않은 거리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흘동안 이글 1개와 버디 23개, 보기 4개를 기록했다. 더블보기 이상은 단 하나도 없을만큼 샷도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투어 31개 대회 출전 끝에 쾌거를 이룬 그는 투어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내 인생을 바꿀만한 큰 의미가 있는 우승”이라며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고 마치 달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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