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0시 30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극장에서 홍석찬 감독과 주연배우 고아성과 배성우가 참석한 가운데 세계 최초로 상영된 ‘오피스’는 자정을 넘긴 시각에도 1,2층 전체 만석을 이루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사실 영화 시작 전 레드카펫의 취재 열기는 썰렁했다. 국내외 10여개 카메라만이 ‘오피스’의 주연들을 기다렸다. 다소 당황한 듯 레드카펫 하단에서 머리를 맞대고 섰던 ‘오피스’ 팀은 환한 웃음 속에 손 인사를 건네며 입장했다.
실망하기엔 일렀다. 극장 내로 들어선 ‘오피스’ 팀은 만석을 이룬 관객들이 보내는 환호와 휴대전화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입장했다. 영화가 시작되자 호응은 더욱 커졌다. 영화의 타이틀이 오르기 전 제작진과 주연배우의 이름이 스크린에 떠오를 때마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칸영화제 특유의 매너 속에 상영이 시작됐고,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소개되는 호러 무비의 특성상 잔인한 장면이나 타이밍 좋은 편집을 만나면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냈다.
간간이 이어지는 박수와 탄성 속에 상영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연출자와 배우, 영화를 만든 스태프를 응원했다. 기립박수는 2분 이상 지속됐고 ‘오피스’ 팀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환한 미소가 넘쳤다. 다소 민망했던 레드카펫을 잊게 하는 순간이었다.
영화 ‘오피스’는 일밖에 모르고 집과 회사만을 오가면서도 식품회사 영업2팀 동료들로부터 하시와 따돌림을 당하는 인턴사원 이미례와 과장 김병국의 심리와 파국, 연쇄살인 현장으로 변해 버린 오피스에서 범인을 쫓는 형사 종훈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고아성의 에너지 넘치는 반전 연기, 배성우의 조용해서 더 섬뜩한 살인마 연기, 박성웅의 차분하면서 힘 있는 수사 연기가 우선 눈길을 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미를 유지한 홍원찬 감독의 연출력도 좋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오피스’가 제공하는 공포 영화의 장르적 재미가 다소 익숙한 호러 문법들로 구성되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화려한 장르 문법을 구사해서도 재미를 일궈내지 못하는 영화들이 숱하다. 칸의 관객들이 중간에 자리를 뜨는 모습 없이 끝까지 관람 열기가 이어진 것으로 코드 활용의 효용성은 입증됐다.
한편 오는 24일 폐막하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는 ‘오피스’ 외에도 전도연 김남길 박성웅이 만난 '무뢰한'(감독 오승욱·제작 ㈜사나이픽처스)과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이 출연한 '마돈나'(감독 신수원·제작 준필름)가 주목할 만한 시선, 김혜수 김고은 엄태구 고경표가 호연한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제작 풀룩스픽처스)이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