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운·송종호 기자 = 금융권 감사 자리를 둘러싼 '낙하산·관피아·금피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들어 감사제도 운영 규정을 무시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감사 역할과 사외이사 견제 역할을 동시에 담당해야 할 상근감사위원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방치하는 등 금융권 감사기구 운영이 엉망이라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4개월이 넘도록 상임감사위원을 공석으로 두고 있다. 지난 1월 정병기 전 상임감사가 KB사태로 인해 물러난 이후부터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상임감사위원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임감사는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금융자산을 관리·감독하고 내부 비리를 적발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도쿄지점 대출비리, 국민주택채권 횡령, 주전산기 교체 문제 등 최근 2년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어느 때보다 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KB사태를 거치며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전례가 있어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할 상임감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말이 많았던 국민은행 사외이사에게 상임감사위원 권한까지 얹어주게 되면 과연 감사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와 상임감사가 서로 유기적인 협조와 견제 구도를 구성해야만 객관적이고 균형감있게 감사기구가 운영될 수 있다”며 “국민은행은 상임감사위원 선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문제가 됐던 사외이사들은 모두 교체가 됐고, 신임 사외이사 선임에 고심해 평판이 좋은 인물들로 구성했다"며 "적당한 후보자를 물색하지 못해 상임감사위원이 공석일 뿐, 조만간 새로운 인물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DB캐피탈의 경우에도 한 달이 넘도록 상근감사위원을 공석으로 방치하면서 낙하산 인사를 위해 눈치를 보다 보니 새로운 인물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KDB캐피탈은 지난 3월 말 임기만료된 상근 감사위원의 후임자를 제때 정하지 못한 채 한달이 넘도록 공석으로 남겨두면서 감사기구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지난달 30일에야 임시주총을 소집, 후임자를 선임했다.
이를 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달이 넘도록 감사위원이 공석이 되면서 금융자산을 관리·감독하고 내부 비리를 적발하는데 구멍이 생겼다”며 “금융권이 이처럼 감사제도를 엉망으로 운영하면 결국 도덕적 해이를 막지 못해 또다시 대형 금융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