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백화점에서 고가의 향수 제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선을 사로잡는 패션, 유명 맛집의 음식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후각 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본래 향수는 선택의 폭이 넓고, 취미로 모으는 수집가도 많아 1990년대, 2000년대 선물 품목 1순위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소득수준 향상과 인터넷, SNS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프리미엄 향수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해 명품 브랜드 이름으로 생산되는 라이선스 향수의 인기는 시들해진 반면, 에르메스·조말론·딥틱·바이레도 등 흔치 않은 독특한 향기를 가진 고가의 ‘프리미엄 향수’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11년에는 프리미엄 향수 매출액이 일반 향수를 뛰어넘으며 프리미엄 향수가 마니아들을 위한 상품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프리미엄 향수의 인기 비결은 가격이 10~50만원대로 일반 향수보다 5배 가량 비싸지만, 향기가 ‘정체성’이라는 인식의 확대로 나만의 시그니쳐 향을 찾고 비교적 적은 돈으로 누릴 수 있는 큰 만족감 때문이다.
또 장인정신과 예술적 사명까지 더해진 프리미엄 향수는 매일매일 사용하며 준 사람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주는 세련된 선물 아이템으로도 손색없어 남을 위한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향수는 브랜드별로 전문 조향사를 두고 꽃·아보카도 오일·송진 등 40~50여종의 천연 원료를 조합, 직접 수제로 제작해 합성 향료를 사용하는 일반 향수에 비해 독특하고 풍부한 향을 내고, 일반 향수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계피·적후추소금 등을 원료로 사용해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는 향을 느낄 수 있어 마니아층이 탄탄하다는 것이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는 이와 같은 프리미엄 향수의 인기에 힘입어 올 3월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와 손잡고 에르메스 향수의 수입 및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동시에 에르메스 퍼퓸 단독 부티크를 본점에 선보였다.
이 달 8일에는 강남점 신관 2층에 추가로 팝업스토어를 열고, 오는 9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에르메스 향수는 1951년부터 시대별 최고의 조향사와 작업해 오고 있으며, 2004년에는 세계적인 향의 대부 쟝 끌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가 전속 조향사로 합류해 에르메스의 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전체 퍼퓸 컬렉션을 ‘라이브러리’로 지칭하는 등 향수별 하나의 이야기로서 제목, 저자, 출판일 등을 만들어 소비자들과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다.
가볍고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린노트 계열로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자르뎅 컬렉션, 빛과 여성을 꽃향기로 표현한 쥬르 데르메스, 하늘과 물, 땅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부드러운 안식을 표현한 남성라인 떼르 데르메스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15㎖ 단품 4종을 골라 선택의 폭을 넓힌 노마드세트(15만2000원)도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신세계는 5월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을 겨냥해 에르메스와 함께 다양한 프리미엄 향수들을 선보인다.
먼저 중국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에르메스 르 자르뎅 무슈 리(100㎖)는 16만5000원, 정통 영국 스타일로 프리미엄 향수 열풍을 이끌었던 조말론 런던의 런던 블루 스카이 앤 블로썸(100㎖) 17만8000원, 딥틱 플로라벨리오(100㎖) 17만5000원, 디올 쟈도르 오 드 퍼퓸(150㎖) 26만2000원 등 다양하게 준비됐다.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김영섭 상무는 “시각·미각에 이어 다채로운 감각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가 강해지고, 기능 보다는 스토리와 감성의 차별화가 중요해지면서 후각 시장을 대표하는 향수가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나만의 시그니쳐 향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에르메스 향수의 국내 유통뿐만 아니라 방향제, 바디로션, 욕실용품 등 더욱 다양한 후각관련 상품들을 소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