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오만철 작가(52)는 영락없는 도공같았다. 늘 개량한복을 입는다는 그에겐 국내 유일 '도화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오는 20일 아라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도화 작가'. 화선지위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 도자기나 도자기판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도공과 화공이라는 1인2역을 해내는 셈이다. 박인식 미술평론가는 그를 "도자기에 불멸의 이름을 새겨넣은 사내"라고 했다.
홍익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20여년전 도예에 푹 빠졌다. 도자기를 굽다 학구열도 불태웠다. 단국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도예를 전공하고 고미술 감정도 했다. 이 모든것은 도자에 그림을 그리기위한 과정이었다.
"철화진사는 농담의 차이를 내기 힘듭니다. 시행착오도 많았죠. 하지만 농담이 살아있는 철화백자작업이 성공한 건 물리적(안료와 물조절등)인 시간싸움도 있지만 대학때부터 문인화와 산수화를 주로 그려왔기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백자 도판에 나온 그의 작품은 백자항아리의 담박한 매력처럼 은은하고 정갈하면서 담백하다. 특히 산 들 강 바위 나무등 농담의 강약이 빚어내는 안료의 리듬감이 오묘함을 선사한다.
단박한 '도자 회화'가 탄생할수 있었던건 ''고령토'를 만나면서다. 중국에만 있는 '고령토'는 그가 찾던 금맥이었다. 이 흙은 국내의 흙과 달리 찰지고 단단하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자국 고령토의 해외반출을 엄격히 금할 정도로 희귀한 흙이라고 한다. 이 흙을 쓰기 위해 중국 도자기의 고향 경덕진에 작업실을 만들어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활동을 하고 있다.
"고령토의 반가움도 잠시였어요. 중국의 가마온도는 1300도여서 그동안 사용했던 안료를 무차별 박살냈지요"
우리나라의 가마온도인 1200도와는 달라 그는 고열에 견딜수 있는 안료연구에 몰입해야했다. 결국 중국안료를 구입하여 독자적으로 고온안료를 개발해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 조절이 문제였어요. 안료를 가마온도에 맞추기위해서는 물 조절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깨쳤지요. 미세하게 달라지는 그 농도 차이를 찾아내자 색의 도판들이 빛을 내기 시작하더군요."
덕분에 경덕진에서도 중국작가 작품과도 차별화된다고 한다. 중국 작가들이 전통산수화 형식을 청화로 제작한다면 작가는 우리나라 산수를 알리는 '현대 산수'를 담아내 중국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갤러리스트들의 러브콜이 오지만 우선 우리나라에서 먼저 '도자회화'를 선보이겠다는 일념으로 전시를 준비했다"고 했다.
"문헌에 의하면 조선시대 도화원(도화서)의 화가들이 길일을 잡아 광주 관요에 가서 그림을 그린 도자기들이 궁중의 어기가 되고 그 작품들이 현재 국보, 보물, 명품들의 반열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제 도자화가 도자기 작품으로 영구보존되어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싶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굽는 모든 과정을 직접하는 국내 유일의 도화작가로 활동하면서 사명감이 생겼다. "우리나라의 문화와 산수를 소재로 그린 작품을 통해 우리 문화를 알리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벌써 24회 개인전인 이번 전시 타이틀은 '흙과 불의 사랑은 얼마나 눈부신가'로 그동안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해 빚어낸 '도자 회화' 50여점을 선보인다.
국내 처음으로 진행되는 도화작품전은 철화자기가 대부분이다. 불과 철의 조화를 극적으로 표현돼 깊이 있고 묵직함으로 사로잡는다. '불의 미학'속에서도 스밈과 베임 번짐, 붓의 놀림이 그대로 살아있는 전시는 6월2일까지 이어진다. 02-733-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