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정치권의 명운을 결정할 생존의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시작됐다.”
국가재정의 미래를 결정할 공무원연금 개혁이 중대 기로에 처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극렬한 벼랑 끝 전술로 ‘빈손 국회’를 자초한 여야는 11일 5월 임시국회 개원과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했다.
◆숫자 함정에 빠진 公연금법, ‘산 넘어 산’
5월 임시국회의 최대 난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이번에도 여야 합의가 무산된다면, ‘식물 국회’ 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치권 모두를 패자로 만들어버린 ‘정치 공동화’ 현상이 확산하면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질 전망이다.
문제는 여야의 정치력이 바닥을 드러낸 사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최대 난제인 ‘50(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20(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분 충당, 단위 %)’을 둘러싼 갈등과 함께 그간 잠복한 ‘국민연금의 폐지론’까지 불거졌다는 점이다. 공적연금 개혁이 고차방정식으로 격상된 셈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2060년 기금 고갈론’을 들고나오면서 공적연금 논란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앞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공무원연금과 연계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임금 대비 연금액 비율) 50%(현행 40%대) 인상 논란이 일자 “보험률을 16.7%까지 2배 가까이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률은 9%다.
이는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2013년 3월 발표한 ‘제3차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당시 추계위원회는 국민연금의 보험률 9%를 유지한다면, 현재 500조원대인 국민연금기금이 ‘2043년 2561조원→2044년 적자로 전환→2060년 소진’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대체율까지 올린다면, 국민연금 예상 보험률이 ‘2060년 25.3%→2070년 27.6%→2080년 28.4%’로 인상(보험률 10.1%·소득대체율 50%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미래세대 세금 폭탄론’의 근거다. 정부여당 내부에선 “미래세대에 대한 도적질”이란 말까지 나왔다.
◆소득대체율 대체 뭐기에…늪에 빠진 公연금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더라도 소득대체율 인상과 관계없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보험률 9%·소득대체율 40%로 계산한 예상 보험률은 ‘2060년 21.4%→2070년 22.6%→2083년 22.9%’로 추산된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더라도,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1%포인트(복지부가 계산한 9%→10.1%) 정도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문자통화에서 “복지부가 연금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박한 뒤 정치권이 ‘50·20’ 문구 등 숫자 놀음에 빠졌다는 비판과 관련해선 “이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여야를 넘어선 문제”라며 일각에선 제기한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를 겨냥, “2060년에 기금이 소진되면 2061년 1월부터 갑자기 보험료가 9%에서 20% 이상으로 인상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가정”이라며 “국민연금에서 후세대의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세대 간 연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세대 보험료 폭탄을 앞세운 정부의 세대 간 도적질 주장을 연대로 반반한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4월 임시국회를 빈손 국회로 이끈 ‘국회 부칙 명기’의 덫도 골칫거리다. 앞서 여야는 공무원연금의 재원 20%를 공적연금 강화에 사용하는 한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내용을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기구 구성과 관련한 ‘국회 규칙 내 부칙 첨부서류’에 명기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에 반대를 천명하며 ‘선(先) 공무원개혁-후(後) 국민연금 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법의 구속력이 명확한 국회 부칙과는 달리, 첨부서류의 법적 효력을 둘러싼 논란이 더해지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공무원연금 개혁 갈등은 현재 진행형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