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항이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 등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것이다.
헌재는 A씨가 민법 844조 2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헌재는 다만 당장 위헌을 선언하면 발생할 법적 공백을 막고자 해당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개정 시한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혼한 남성에 대해서는 이런 규정이 없는 반면 이혼한 여성에게만 이런 규정이 존재해 양성을 차별하는 조항이라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다.
따라서 여성은 이를 피하기 위해 2년 내에 자신의 아이가 전남편의 아이가 아니라는 '친생 부인의 소'를 제기해 판결을 받아야 한다.
현행 법률상 친생 부인의 소는 부부 일방만이 제기할 수 있으며 자녀가 친자가 아님을 안 때로부터 2년이 넘으면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친생 부인의 소를 통해 전 남편과 자녀 사이의 친자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한 재혼한 남편은 자신의 자녀를 인지할 수도 없다.
A씨는 "친생 부인의 소를 거쳐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려면 어느 시기에 누구와 성관계를 가졌는지를 밝혀야 하는데 이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또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결혼을 미룬다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유전자검사를 통해 쉽게 친생자 여부를 밝힐 수 있는데도 소송을 강제해 재산권까지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해당 조항은 당사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친자관계를 강요하고 있다"며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기본권 등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혼 후 6개월간 여성의 재혼을 금지하던 민법 조항이 2005년 삭제되고 이혼숙려기간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이혼 뒤 300일 내에도 전남편의 아이가 아닌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이 증가했다"며 "사회적·의학적·법률적 사전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300일 기준만 강요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조항을 단순위헌으로 결정하면 전남편의 아이가 명확한 경우에도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한다"며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는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반면 이진성·김창종·안창호 등 3명의 재판관은 "300일이라는 기준은 의학적 통계에 바탕을 둔 것으로 자녀에게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추게 해 법적인 보호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한편 A씨는 2012년 2월 남편과 협의이혼하고 그해 10월 딸을 출산했다. A씨는 딸이 전남편의 아이가 아니었고, 유전자 검사 결과도 명백했지만 민법 844조에 따라 소송을 내지 않고는 인정받을 수 없게 되자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