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각종 조세·보조금 체계를 갖춘 선진국보다 결혼, 출산, 자녀양육 과정에서의 국가 지원이 적다는 얘기다.
5일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소득수준별 근로소득 세부담과 가족수당 혜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독신자의 실효 소득세율(2013년 기준)은 평균소득 50%∼250% 구간에서 0.9%∼13.0%였다.
같은 소득 구간에서 OECD 가입국의 평균 소득세율은 7.3%∼22.4%로 최대 10.3%포인트까지 차이가 난다.
칠레와 폴란드를 제외한 OECD 가입국 대부분의 독신자 소득세율이 전 소득 구간에 걸쳐 한국보다 높았다. 이런 현상은 2인 가구, 4인 가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다만 OECD 가입국들은 독신자, 2인 가구, 4인 가구 사이의 소득세 부담률 차이를 한국보다 더 크게 두고 있었다.
한국에서 독신자와 2인 가구의 소득세 부담률 차이는 최소 0.2%포인트에서 최대 0.6%포인트가 나지만, OECD 평균은 1.7%포인트∼2.9%포인트였다. 소득 수준이 같다면 독신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지우는 셈이다.
2인 가구와 4인 가구를 비교하면 자녀 부양에 따른 소득·세액공제 혜택은 한국과 OECD 국가 사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OECD에 속한 선진국들은 자녀수당 명목의 현금 보조를 통해 2인 가구와 4인 가구의 차등을 두는 게 특징이다.
OECD 평균치로 따져보면 소득이 평균의 50% 수준인 4인 가구는 내야 하는 소득세와 가구 부담 사회보험료(연금·건강보험·실업보험 등)보다 국가에서 더 많은 가족수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평균 실효세율은 -7.5%로 나타났다.
같은 소득 수준의 한국 4인 가구는 8.3%를 실효세율로 부담해야 한다.
안 연구위원은 "세금공제 혜택은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지만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한국은 배우자 공제뿐만 아니라 자녀 부양에 따른 혜택도 상당히 적은 편"이라며 "OECD 회원국들은 자녀가 없는 가구와 자녀가 있더라도 소득이 많은 가구에서 충분히 세금을 거둬 저소득층 가구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편적 지원보다는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는 게 선진국들의 일반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소득세의 누진도가 상당히 낮은 것도 한국의 특징"이라며 "OECD 평균 수준이 되려면 2인 가구를 기준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세 부담률(소득세+사회보험료)이 4.5%∼12.6% 포인트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