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7박8일간의 방미 ‘득과 실’

2015-05-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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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활동범위 확보·TPP 논의 등 ‘성과’…과거사 외면으로 국제사회 ‘역풍’ 직면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7박 8일간 방미 일정이 3일(이하 현지시간) 마무리됐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로 신흥 경제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경계하기 위해 미·일 동맹관계를 강화하며 안보·금융 측면에서의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일본 자위대에게 전 세계를 무대로 군사활동을 할 수 있는 합법적 ‘날개’를 달아줬으며, 일본은 국방비 삭감으로 생기는 미국의 군사 공백을 대신 보강해줄 것을 약속했다. 세계 평화라는 명분 속에서 양국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진 대목이다.

그러나 세계인의 눈이 쏠려있던 위안부 강제동원 등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죄 언급 문제는 말끔히 해결되지 못했다. 오히려 숱한 논란만 남기며 중국, 한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에 긴장감만 고조시켰다.


◆‘득’: 日자위대 활동범위 확대·TPP 타결 노력 확인
 

아베 신조 일본총리(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신화통신]


미국과 일본은 안보 측면에서는 군사 협력 강화에, 경제적 측면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기 타결에 뜻을 모으며 ‘신(新) 밀월’ 관계를 형성했다. 

지난달 2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을 열고 일본 자위대의 지리적 활동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개정한 방위협력지침을 공식 확인했다. 

이는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와 대만 해협 등 일본 주변으로 활동 범위를 한정한 기존 지침과 대비되는 대목으로, 일본이 전범국에서 벗어나 ‘보통국가’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이 자국의 국방비 삭감으로 인한 안보 공백을 막고자 일본의 방위력 확대를 용인하고 이에 의존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연일 세력확장에 나서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지 않을 경우 미국 주도의 군사 패권질서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것이다.

경제측면에서의 성과는 TPP협정 논의가 꼽힌다. 양국 정상이 TPP 타결에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자동차·쌀 관세율 등으로 답보상태에 있던 협정이 급물살을 탄 것이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TPP에 세계 1, 3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포함된 만큼 지금까지의 무역협상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협정을 만들 것”이라며 조기 타결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필리핀에서 TPP 참가국들의 각료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간 무역 협정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표적 금융 수단이다. 최근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개설, 영국·프랑스 등 57개국의 가입을 이끌어 내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를 바꾸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대 우방국인 일본과의 TPP 타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과거사 사과촉구 무시한 채 미국에만 고개숙여
 

지난 1일(현지시간) 현지의 화교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과거사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이번 방미에서도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죄 발언은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 아베 총리는 미국만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진정한 사죄를 기대했던 국제사회에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미국 진주만 기습 행동에 대해 “깊은 경의와 영원한 위로”를 표명한 반면, 한국 등 주변 피해국에게는 단 한마디의 사죄 없이 “아시아 국가 국민에게 고통을 줬다”라는 말만 내뱉었다.

이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일본 자위대의 군사활동 범위에 날개를 달아준 미국에게는 강도높은 용어들로 사과와 위로를 전했지만, 과거사 사죄를 요구해온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목소리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아베총리는 오히려 “전쟁은 늘 여성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말해 위안부 문제를 일반적인 차원의 전시 여성 인권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에 미국 정치권, 언론, 전문가들은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환영 일색이던 오바마 정부도 심상치않은 여론을 의식해 아베 총리의 과거사 발언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내놓는 등 논평의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또 국제사회의 타깃은 오는 8월 예정된 종전 70주년 담화로 옮겨갔다. 70주년 담화를 ‘마지막 기회’로 규정하고 “이를 놓쳐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하원 외교 사령탑인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죄가 빠진 연설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이제는 종전 70주년 기념일이 (아베 총리가 역사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다음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잘못된 과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미래로 올바르게 나아갈 수 없는 만큼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전쟁 기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시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가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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