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결정되면서 일본 역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압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트럼프 1기 시절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없는 지금, 일본은 세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2기'라는 커다란 불확실성을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시대 일본 정부의 가장 큰 우려는 앞선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대폭 증액을 결정한 방위비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시다 정권은 방위비 2% 증액에 나섰고, 이는 조 바이든 정권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이 금액에 만족할 지는 알 수 없으며, 추가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본의 시각이다.
주일미군 주둔 비용 문제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9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주일미군 철수를 언급하며 미군 주둔비를 3배 이상 늘린 연간 80억 달러(약 11조1000억원)를 부담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는 주둔 비용에 관한 특별협정(2022~2026년)의 기한이 2년 남은 상태로, 일본 정부는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걱정은 다자간 협력 틀에 부정적인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가 취해 온 동맹·우방국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기존 노선을 이어갈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미·일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 게이오대 모리 사토루 교수는 “중요한 것은 미·일이 특히 안보 분야에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이 없으면 일본의 안보는 성립되지 않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전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당선인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궁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만큼 ‘아베 부재’라는 새로운 환경이 향후 미·일 관계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시바 총리는 미국 대선 직후인 7일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회담을 갖고 조기 회담과 미·일 동맹 강화에 합의했다. 다만 첫 전화 회담은 통역을 포함해 약 5분이라는 이례적으로 짧은 시간이었다.
지지통신은 8일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도 차기 대통령과 선거 직후 전화 통화를 해왔지만, 2016년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 약 20분, 2020년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바이든은 약 15분 정도 통화했다”고 비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비주류파에 속해 있다가 5번째 도전 만에 역전승을 거두며 총리직에 올랐다는 점에서 모리 교수는 “’파이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짚기도 했다.
주미 일본대사를 역임한 스기야마 신스케 역시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은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미국은 일본이 필요하고 일본 역시 미국이 필요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미·일 관계에 큰 변화를 초래하진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