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미국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도 한국이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로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oAML이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일할 수 있는 인구(15~64세의 노동가능인구)가 2018년을 기점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인구 고령화가 통화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1996년부터 노동가능인구가 감소한 일본과 2011년부터 줄어든 유럽은 잠재 성장률이 낮아졌고 재정 부담과 디플레이션 압력은 증가했다. 일본이나 유럽처럼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에서는 전통적인 통화정책보다는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의 운용 여지가 확대됐다고 BoAML은 판단했다.
BoAML은 “앞으로 3년 안에 노동가능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갑자기 뒤집히는 순간’이라는 뜻으로 엄청난 변화가 폭발적으로 번지는 현상)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BoAML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노동가능인구가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율은 1980년대에 8%가 넘었으나 1990년대에는 5.7%, 2000년대에는 3.1%로 계속 떨어져 현재는 0.9%를 기록하는 등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BoaML은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인 연 1.75%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5∼3.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기준금리가 더 인하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WB도 지난 12일 내놓은 ‘변화하는 세계에 관한 적응’이라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가능인구가 2010년부터 2040년 사이 15%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는 지난 7일 공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은 이민자가 많지 않은 데다 1980년대 이후 출생률도 떨어져 가파른 생산인구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 노동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