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총리, 김 전 실장을 비롯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여권 인사들이 마치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다고 비난하며,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진실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김기춘 전 실장이 또 다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데는 지난 2006년 9월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 자격으로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 일행의 방문 비용과 관련해, 당시 독일 초청단체가 “당시 박 대통령 일행에 대해 한국~유럽 구간 항공료는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이 “재단은 대표단이 베를린과 브뤼셀에 머무는 동안 숙식 및 교통 비용을 제공했다. 유럽을 오가는 국제항공편에 대해선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23일 한겨레가 보도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이완구 국무총리가 수차례 성 전 회장과 만난 적 없다고 하다가 결국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자진사퇴에 이른 전철을 밟기라도 하듯, 김 전 실장도 거짓말 논란으로 의혹만 증폭 시키고 있는 것이다.
앞서 김 전 실장은 당시 방문 경비 명목으로 10만달러를 받았다는 성 전 회장의 생전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자 “아데나워 재단에서 항공료나 체재비를 비용을 부담했다”며 ‘(돈 쓸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10만달러나 되는 거액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앞서 ‘성완종 리스트’ 폭로 직후에 “만난 적도 없다”면서 극구 성 전 회장과의 친분을 부인했다가, 이른바 ’성완종 다이어리’가 공개되자 “착각했던 것 같다”면서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처럼 김기춘 전 실장의 거짓말 논란이 일자, 정치권에서는 김 전 실장이 직접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야당 단독으로 운영위를 소집해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현 정권 실세들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정부 여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야당 의원들은 전원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운영위 소집에 협조하지 않은 여당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동시에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사퇴와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관련자들의 운영위 출석을 촉구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운영위도 열지 못하는 국회가 국회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면서 “내일 아니면 내주 초라도 (이병기)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야 한다. 본인들이 깨끗하다면 두려울 것이 뭐 있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같은당 유대운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핵심 인사들은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망에 큰 충격 받아서 관련 사실 까맣게 모르는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자고 일어나면 거짓이 드러나는 김기춘 전 실장은 운영위에 출석해 진실을 밝히고 이병기 실장도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충고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경협 의원도 “이완구 총리 본인은 성 전 회장과 친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통화횟수를 보면 부부관계 수준으로 밝혀졌다”며 “운영위 소집을 요구한 것은 이 총리처럼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사람이 대통령 주변에 있는지 따지기 위한 것으로 이를 소명하는 것은 공직자의 당연한 자세”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