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글로벌 조선업계가 중국의 선박 수주감소 우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주력 선종인 벌크선 발주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도크를 채우기 위해 저가수주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22일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벌크선 수주 실적은 총 21척으로 지난 2014년 전체 벌크선 수주량인 724척의 2.9%에 그친 상황이다.
BDI지수란 런던의 발틱해운거래소가 발표하고 있는 종합 운송지수로 석탄과 광물 등 원자재를 벌크선으로 운송할 때 운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해운업계에서는 BDI지수가 1000포인트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선박을 운용할 경우 적자만 늘게 돼 선박 발주를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주력 선종인 벌크선 발주가 끊긴 만큼 글로벌 벌크선 수주를 싹쓸이해온 중국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중국은 그간 전체 수주 선박의 절반 이상을 벌크선으로 채워왔었다.
클락슨이 내놓은 국가별 수주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의 부진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 1위라고 자부하던 중국은 지난 1분기 135만CGT(수정환산톤수)를 수주해 지난해 1분기 701만CGT의 80%가 감소했다. 같은기간 글로벌 점유율도 43.3%에서 24.0%로 축소됐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중국 조선소의 저가수주로 인한 점유율 축소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벌크선 수주가 끊긴 중국이 도크를 채우기 위해 기타선종을 중심으로 저가수주에 나선다면 글로벌 조선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은 상태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수주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벌크선 수주 감소로 인한 저가수주 가능성은 현재 국내 조선업계도 잠재적 위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중국이 저가주수를 통해 상선시장을 공략한다면 국내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조선소 보다 중소형 조선소가 1차 타격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국내 빅3 조선소가 주력으로 건조중인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중국 조선소의 납기 지연 우려 등으로 국내 조선소가 수주를 따오게 될 것”이라며 “반대로 수에즈막스와 아프라막스급의 중대형 탱커와 1만TEU급 컨테이너선 등은 국내 중소형 조선소가 주력으로 건조중인데다 중국도 건조를 해오고 있어 저가수주에 나설 경우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