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호황 짧은 봄에 그치나” 2014년 수주 22% 감소

2015-04-1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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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엔저를 바탕으로 부활을 보이고 있는 일본 조선업계가 3년 만에 수주 감소로 ‘짧은 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석탄과 곡물 등을 운반하는 벌크선 수주량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대기업들이 미래의 수익원으로 기대하고 있던 해양자원개발선박 사업도 부진에 빠졌다. 조선소 도크에 건조하는 선박이 가득한 현 활황과는 반대로 다시 불황으로 돌아설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일본선박수출조합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수출용 선박 수주량이 2013년 대비 22% 감소해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수출용 선박계약 실적은 총 1288만G/T(총톤수)로, 수주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벌크선의 경우 전년 대비 38%나 감소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컨테이너 운반선과 함께 벌크선 부문에서 강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조선소 자체는 바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미쓰이조선 관계자의 말과는 정 반대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장과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은 조선업황은 최소 2년에서 최장 3년 이상이 지난 뒤 호황과 불황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당장 기 체결한 수주량이 많아 고용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해도 추가 수주가 이뤄지지 않으면 물량을 모두 소진한 3년 이후부터는 다시 불황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카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소재한 스미토모 중기계공업 요코스카 선반의 선박 건조척수는 연간 3척이었다. 이 회사는 엔저 훈풍으로 수주량이 늘어나자 유조선 건조척수를 2015년도부터 4~ 4.5척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때 조선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을 대안 중 하나로 꼽았으나 2017년까지 일감을 확보했고, 수익성도 가시화 되면서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베스카와 슌스케 스미토모중기계공업 사장은 “협력업체 공장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조선사업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지난 2009년 상선 수주량이 600만G/T대까지 떨어지자 2014년경에는 건조할 배가 사라질 것이라는 ‘2014년 붕괴론’이 확산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수상이 취임하며 엔고현상이 수정되자 2013년 수주량은 1600만G/T 이상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현재 조선소 도크에 채워져있는 건조 선박들은 당시에 수주한 물량이다. 조선사 수주가 감소했다는 것은 수년 후 또 다시 업황이 부진에 빠질 것임을 의미한다.

엔저 덕분에 라이벌인 한국 조선업계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은 회복했지만, 가장 중요한 일감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경제침체와 선박의 공급 과잉, 자원가격 하락도 더해지면서 벌크선 운임 수준은 “역사적인 저가권”(해운 대기업 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종합적인 운임 변동을 나타내는 발틱해운 지수(1985년=1000)는 13 일 현재 578.1 전년 대비 40%나 낮다. 노후 선박의 퇴역을 앞당겨 운항 규모를 축소하는 해운사 정도만 새로 배를 주문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뿐이다.

유조선 및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은 일정한 수요가 있지만, 중소 조선소들의 경우 도크 용량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벌크선 밖에 만들 수없는 업체들이 많다. 츠쿠다 가즈오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은 “전체 수주가 2015년에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수주감소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조선업체들은 2012~2013년에 잇따라 브라질 조선 회사에 자본 참가했다.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는 IHI와, 닛키와 미쓰비시 중공업은 이마 바리 조선과 나무라 조선소 등과 함께 현지 업체에 출자했으며 가와사키중공업도 역시 투자를 진행했다.

목표는 브라질 해안에 있는 세계 굴지의 대형 해저 유전·가스전 개발을 위한 특수 선박을 수주하기 위해서였다. 브라질에서 특수 선박을 수주해 건조 노하우를 축적한 뒤 향후 일본 영해 내 등에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는 해양자원 개발시장에 본격 참가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빗나가고 있다. 부패 혐의 등으로 브라질 국영 석유업체인 페트로브라스의 경영이 혼란한 상태가 되면서 이 회사가 발주하는 자원개발용 선박을 수주하기 위해 현지에 출자한 조선 업체들은 자금이 돌지 않는 상황을 맞이했다. IHI는 2015년 1~3월기 개별 결산에서 90억엔의 특별 손실을 계상했다. 브라질측으로부터 수주해 아이사업소(아이치현 지타시)에 진행하고 있던 선체 건조도 중단했다. 나무라 조선소도 21억엔의 손실을 발표했다.

무라야마 시게루 가와사키중공업 사장은 “역시 신흥국 사업은 어렵다”며 출자를 통해 새로운 공장을 가동한 직후이지만, 건조 작업은 순항 속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업 환경의 악화 우려는 한국이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양국은 은행이나 국가 주도로 조선소 폐쇄와 재편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2014년 문제를 앞두고 가와사키중공업과 미쓰이조선의 경영 통합 구상 등 업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현재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이마바리 조선은 지난 1월 16년 만에 대형 도크 건설을 결정했다. 한국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노린 조치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오는 10월에 나가사키 조선소(나가사키)에서 담당하고 있는 상선 건조 등의 사업을 분사하고 업체와의 제휴를 강화 해 나갈 계획이다. 과감한 체질 강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는 아직 여유가 있는 지금 밖에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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