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질타로 만든 한은 가계부채DB...반쪽짜리 보고서 한계

 

[그래픽=임이슬 기자 ]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한국은행이 급증한 가계부채를 촘촘하게 관리하겠다며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내놨지만 '반쪽짜리' 보고서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 실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했지만 빚 낸 사람들의 자산과 부채상환 능력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1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신용평가회사 나이스에서 받은 개인부채 관련 통계를 추출해 DB 구축을 완료했다.

이 DB에는 2012년 이후 분기별로 약 100만명에 대한 대출자특성정보, 대출, 신용카드, 연체 등의 신용정보가 담겨 있다.

이번 가계부채 통계 확충은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던 의원들의 지적에 따른 후속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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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희수 기재위원장은 한은에 우리나라가 감내할 수 있는 가계부채의 적정 수준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통계청, 금융감독원과 함께 진행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1년에 1번 2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계재무건전성을 파악하고 있다.

또 국감에선 2만 가구 표본이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기엔 너무 작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하지만 가계부채 DB는 대출자 특성만 담았을 뿐, 소득과 비교해 부채가 감내할만한 수준인지 등을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먼저 가계부채 DB임에도 가구가 아닌 개인 기준으로 돼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종합소득 및 금융·실물 자산 자료가 포함돼 있지 않아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은도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부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결국 급조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구별 부채와 소득, 자산을 포함해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면 국세청 등 관련 부처의 협조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국세기본법상 정부기관이라 해도 국세 부과와 징수를 위해 취득한 자료를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한은은 가계부채가 소득 증가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원리금 상환부담이 소비를 제약하고 금리상승 등 충격이 발생할 때 일부 취약계층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속보치 기준으로 1월 1조4000억원, 2월 3조7000억원, 3월 4조6000억원으로 1분기에만 9조7000억원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2014년 자금순환통계 기준 164%)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2년 136%)을 크게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