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부을 여윳돈이 없다"…정기 예적금 외면 수시입출금으로 선회

2015-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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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수시입출금식 통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적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지는 등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이 자금을 잠시 묶어 놓고 있는 것이다. 수시입출식 예금과 정기예·적금의 금리 수준이 비슷한 데다 필요할 때 바로 찾을 수 있어 자산가들이 선호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민들은 또다른 이유로 수시입출금식 통장을 찾고 있다. 생계비·대출이자 등에 대한 부담으로 정기적으로 적금을 부을 만한 여윳돈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수시입출식 통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수시입출식 예금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3조5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 기준 잔액은 434조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수시입출식 예금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27조6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던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지난해 50조2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정기예금은 점점 외면받고 있는 추세다. 1%대까지 내려앉은 이자율로 투자 매력이 사라지면서 올 들어 정기예금은 작년 말보다 10조3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자산가들이 시장이 다시 좋아질 때까지 투자를 멈추고 수시입출금 통장 등에 자금을 잠시 '주차'시켜 놓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출이자나 생계비 등으로 인해 고정적으로 저축을 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정기 예·적금을 포기하고 일반 통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영향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카드빚, 대출 이자 등을 값기 위해 급전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수시입출식 통장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기존 정기적금 등을 중도에 해지하는 사례도 많다.

직장인 여모(32)씨는 "지난해 카드빚과 주택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만기가 1년 남은 적금을 깼다"면서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정기적금으로 돈을 모으기보다 일반 통장에 돈을 넣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비가 필요할 때마다 일반 통장에서 꺼내 쓰기 때문에 사실상 저축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더구나 취업시장이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임금 상승률마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의 1인당 실질임금은 월평균 292만6000원으로 전년대비 1.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임시직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0.5% 감소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모(28)씨는 "과외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 달에 몇 십만원씩 소득이 있지만 생활비로 나가는 일정 지출이 있어 정기적으로 돈을 모으기 어렵다"면서 "나중에 취업을 하게 되면 그만큼 지출이 더 늘어날텐데 돈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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