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파문에 대해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히면서 정국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후폭풍으로 국정이 거의 올스톱된 가운데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네받은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이완구 국무총리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중남미 순방 출국을 하루 앞둔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세월호1주기 현안점검회의에서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도 그런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2인자인 이 총리가 이미 국정기능을 상실한 ‘식물총리’로 전락하면서 9박12일간의 중남미순방 기간 동안의 국정공백을 메꿀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중남미 순방 기간 동안 이 총리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을 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편으로는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순방 기간 동안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지도부가 “총리부터 우선 수사”라는 강수를 뒀지만, 경향신문의 15일자 보도를 통해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자 중진을 포함한 여당 의원들이 공식회의석상에서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며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는 상황이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내일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차) 출국하는데, 직무를 대행할 사람이 총리인데 부패 문제로 수사를 받느냐 마느냐 하는 총리가 직무대행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국정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럴 때를 대비해서 이 정부가 부총리를 두 명이나 두지 않았는가. 부총리가 총리 업무를 대행하면 된다”며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김문수 당 보수혁신위원장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100만 공무원의 최고 수장으로서 본인이 진퇴에 대한 결심을 내려야 한다”며 “공직의 최정점에 계시는 분이 이런 상태에서는 공직이 불능 상태로 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성완종 사태’ 초기부터 관련자 사퇴를 촉구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도 이 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을 겨냥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을 성 전 회장을 보좌하며 금품 제공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 5∼6명을 추려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