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운·문지훈 기자 = 금융권의 최대 화두인 핀테크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가로막는 금산분리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산분리 철폐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도 구글이나 알리바바와 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핀테크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인적·물적 자원을 갖춘 대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모바일 결제시장 진출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시 대기업집단(61개 기업)의 지분참여율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관련해 대기업집단의 참여를 제한하려는 것은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금융사가 기업의 사금고화되는 위험을 막고, 산업 리스크가 금융시장까지 전이되는 것을 방지해 금융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권 및 학계에서는 지나친 금산분리 규제가 핀테크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금융사를 개인 금고처럼 이용하거나 금융사의 자산으로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주주를 견제하는 규정들은 이미 다른 여러 법령에 명시돼 있어 금산분리법이 없어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금산분리법이 사실상 이중 규제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에 따른 폐해가 한국 사회에서 극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틀에 묶여 스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법안을 계속 존치시켜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OECD에서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을 ‘금융회사의 소유가 분산되고 기관투자자들이 대주주의 지위를 점함으로써 금융회사 경영에 대한 감독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며 ”이처럼 관리감독의 문제를 소유구조 규제로 대신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산분리로 인해 대기업 진출이 제한됨에 따라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된다 해도 기존 인터넷뱅킹서비스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외시장에서의 영업력 기반이 절실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역량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은 결국 국내시장에 한정된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핀테크산업 활성화의 첨병 역할을 할 인터넷전문은행은 세계 시장을 무대로 영업을 펼쳐야만 한다”며 “중국 알리바바의 경우 시가총액이 290조원 정도인데 5조원 이하의 국내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