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신춘정국을 강타하면서 4·29 재·보궐선거 판세도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검찰을 앞세운 이완구발(發) 사정정국이 핵폭탄을 얹은 부메랑이 돼 정권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데다 13일 당·청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국이 요동칠 조짐이다. 신춘정국에 ‘정권심판론’이 고개를 들면서 4·29 재·보선 판이 안갯속으로 접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성완종 리스트’ 파장은 4월 재·보선은 물론 내년 4월 총선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국회의원 재·보선 4곳(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 광주 서구을)의 경우 지역적 변수가 커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與 ‘곤혹’ 野 ‘반색’…엇갈린 희비
이날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4월 둘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9.7%(지난주 대비 2.1%포인트 하락)로, 4주 만에 40%대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부정평가 비율은 지난주 대비 2.9%포인트 상승한 54.0%로 3월 첫째 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층은 6.3%였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월호 인양 적극 검토’ 발언을 한 지난 9일 40.9%까지 상승했지만, ‘성완종 리스트’가 보도된 10일 40.0%로 하락했다. ‘성완종 리스트’가 국정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권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대구·경북(14.5%포인트) △서울(4.3%포인트) △20대(9.1%포인트), 50대(1.5%포인트), △중도층(4.1%포인트) 등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집권여당은 지난주 대비 3.4%포인트 하락한 33.8%로, 2012년 2월 셋째 주(32.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1.8%포인트 상승한 29.6%였다. ‘성완종 리스트’ 파장에 따라 재·보선 판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RDD(임의걸기)를 통해 실시했다. 응답률은 전화면접 방식 20.1%, 자동응답 방식 5.1%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재보선, 양당체제로…정동영·천정배 ‘어쩌나’
애초 ‘선(先) 검찰수사-후(後) 특별검사제 도입’에 방점을 찍은 여야 내부에선 이날 ‘대선자금 수사’, ‘특검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만큼 ‘성완종 리스트’ 후폭풍이 거세다는 의미다.
집권여당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대선은 내가 (새누리당을) 책임지고 치른 선거였다. 내가 그 조사에 응하겠다. 야당도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사실상 승부수를 던졌다. 공세적인 행보로 정국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사즉생 각오와 결단이 필요하다”며 청와대에 총구를 겨눴다. 이는 신춘정국을 ‘박근혜 대 문재인’으로 끌고 가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승용·전병헌·유승희 최고위원 등이 특검 도입을 촉구하자 새정치연합이 ‘정권심판론’으로 방향을 튼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관전 포인트는 ‘성완종 리스트’가 4·29 재·보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일단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번 재·보선 판은 ‘범보수 대 범진보’의 진영대결로 좁혀질 전망이다. 정권심판론이 부상할 경우 야권 지지층이 제1야당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집권여당·제1야당·진보정당’ 구도였던 이번 선거는 거대 양당 간 대결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의 최대 수혜자로 제1야당, 최대 피해자로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에 각각 출마한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법적으로는 무소속)와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동영·천정배 후보의 경우 호남 정통 민주당 세력을 기반으로 한 20% 안팎의 고정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 지역은 ‘성완종 리스트’보다는 야권분열이 선거 핵심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셈법이 나온다.
반면 새누리당 우세 지역으로 평가받는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 지역은 범야권 지지층의 총결집으로 ‘집권여당 대 제1야당’ 간 박빙 구도로 흐를 전망이다. ‘성완종 리스트’로 신춘정국이 ‘노무현 정부 대 박근혜 정부’, 즉 ‘Again 2012년 대선’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승리 방정식은 범야권 지지층의 결집도에 따른 ‘보수층의 역결집’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 “‘성완종 리스트’로 양 진영 지지층이 총결집, 국민모임 등 진보진영의 공간은 축소될 것”이라며 “특히 인천과 경기의 경우 새정치연합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겠지만, 서울과 광주는 다야 구도가 더 큰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