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잔인한 4월 정국’을 몰고 온 ‘성완종 리스트’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원외교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와 자신의 옷 속에 넣어둔 메모를 통해 박 대통령 최측근 인사와 현 정부 실세들에게 거액의 자금을 건넸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지는 형국이다.
더구나 이 신문이 지난 11일에는 2012년 대선 당시 대선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은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 자금 용도로 2억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추가로 보도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친박 실세 인사들인 관련자들은 한결같이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내놓은 폭로성 주장인 만큼 국민감정상 사실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고, 경향신문이 공개한 녹취록이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당장 청와대와 여권의 최대 고심거리인 세월호 참사 1주기와 4.29 재보선이 코 앞에 다가온 지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면 정치적 치명상은 불 보듯 뻔하다.
4월 임시국회의 공무원연금 개혁, 민생·경제살리기 법안 처리 등 국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당면한 4·29 재보선의 '전패 시나리오'까지도 현실화될 수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메모가 나온 이후 이틀만인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 규명을 위한 성역없는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민심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집권여당으로서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는 게 상책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이 작성한 메모로 인해 온 정치권이 의혹의 대상이 되고 국정 자체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성역없는 철저하고 신속한 검찰 수사를 통해 국민의 의혹을 씻어 하루빨리 이 충격에서 벗어나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특별검사 도입에 대해서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순서다. 성역없이 신속한 철저한 수사를 해서 국민의 의혹을 씻어야 한다"며 "검찰의 외압이 없도록 새누리당에서 앞장서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한 김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지난 대선 당시 대선자금 실체를 우선적으로 밝히라”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당 '친박게이트 대책위' 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대책위-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2007년 대선을 전후로 발생한 문제를 시작으로 박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까지 (연결이 됐고), 박 대통령 모든 비서실장이 리스트에 나란히 올라왔으며, (성 전 회장이) 현 지도부에도 구명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매우 중대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 공세 차단 등 선제적 대응을 위해 박 대통령이 오는 16일 중남미 순방 출국 전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 해소를 위해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면서 자신의 최측근 인사라 할지라도 수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예외 없이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중남미 순방 출국이 겹친 만큼 순방 출국 직전 추모 행보를 통해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진정성 있는 슬픔과 애도를 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