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바다의 향기’ 조상완 원장

2015-04-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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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복지의 종착점은 직업재활에 있습니다”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장애인은 우리가 뭔가 해줘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그들의 당연한 권리를 찾아 주자는 것입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식품을 제조한다는 사실이 이토록 사회적 장벽이 높다는 것에 새삼 놀라울 때가 많지만 저희 65명의 직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음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곳 ‘바다의 향기’는 부안군의 자랑이자 전라북도의 자랑입니다.”

-전북 부안군장애인근로작업장 ‘바다의 향기’ 조상완 원장. 그는 인터뷰 동안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바다의 향기' 대표 조상완 원장


뒤늦게 사회복지사로 출발해 장애인과의 인연을 맺은 조상완 원장은 완주군장애인복지관장을 거쳐 부안군장애인재활자립시설로 자리를 옮겼다. 완주군에 있을 당시 사회적기업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완주 봉동 떡메마을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숨은 노력과 열정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조 원장의 공력과 노하우는 그대로 부안군재활자립시설로 옮겨졌다. 조 원장이 부임한 2011년 1월, 이곳은 장애인근로작업장설치 신고를 마치고 5월부터 부안군장애인근로작업장이라는 상호를 달고 김 가공생산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장애인 복지의 종착점은 결국 장애인 직업재활에 있다고 봅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도 힘들지만 고용 유지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아무런 투자 없이 단순히 그들에게 ‘종이접기’나 시키는 식의 단순한 마인드로는 안 됩니다. 그들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훈련시키면 일반인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조 원장은 ‘편견’과 ‘선입견’이야 말로 장애인들이 가장 극복하기 어렵고 두려운 장벽이라고 했다. 이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장애인 권익과 인권보장은 요원한 일이고, 장애인의무고용이란 것도 무용지물이라 했다.

“이 땅에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그 아이들이 한 번도 자랑이었던 적이 없었고, 오르지 숨기고 싶은 아이일 뿐입니다. 행정기관은 두말할 필요 없고, 일선 학교장들도 이곳으로 학생들을 보내는 것을 꺼려해요. 혹시 무슨 불미스런 일이 벌어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지요. 솔직히 전문가들조차 장애인들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본래 이곳 시설 이름은 부안군장애인근로작업장이었는데 상호에 ‘장애인’이라는 표기가 들어가니 제품 판매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더라고요.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이니 뭔가 꺼림직 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공모를 통해 ‘바다의 향기’로 시설 이름을 바꿨지요”
 

-장애인들은 임금에서도 극심한 차별을 받고 산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바다의 향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주고 있다. 그 뿐 아니다. 노동조합도 결성돼 있다. 박 원장은 이곳의 하루하루가 ‘전투’라고 표현했다. 

“법에서 보장하는 최저임금(시간당 5,580원)은 철저히 지켜왔어요. 이렇게 대우해 주는 곳은 전국에서 여기뿐이지요. 회사 살림이 여유가 있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일종의 ‘모험과 도전’이지요. 저희들 급여대장을 타 관련기관에 보내는 것도 배워서 실천에 옮기라는 뜻이지요. 실제 일을 함께 해보니 일반 숙련인들보다 나은 부분도 아주 많아요. 우리 회사에서는 직원들 노동조합도 만들어져 있어요. 그들은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단순히 장애인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인격이 무시되고 권리가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바다의 향기’는 2013년 12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사회적기업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형태다. 영리기업은 이윤 추구가 절대 목적이다. 반면, 사회적기업은 사회서비스 제공 및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익성이 우선 시 된다. 그러나 이윤 추구도 절대 소흘히 할 수 없다. 돈이 있어야 운영이 유지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나 자치단체 등의 감질 나는 지원만으로는 어림없다.

“공장을 운영하다 보니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지원 받는 것은 지극히 제한돼 있고 절차가 까다로워요. 행정기관에서도 장애인들을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거나 아예 무관심하고요. 저나 직원들이나 판매영업을 위해 한시도 쉴 틈이 없어요. 그만큼 많이 뛰어야 그나마 빠듯한 경영을 유지할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제가 손수 트럭을 운전하는 경우도 있고, 납품 시간을 맞춰야 하니 직원들 특근도 밥 먹듯 하고, 휴일에 근무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직원들 힘만으로는 규모가 작지 않은 살림을 꾸려나가는 데는 역부족이다. 작업에 필요한 고가의 시설장비 등을 갖추려면 제품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궁하면 통한다고, 여러 고심 끝에 각종 공모사업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지요. 아예 직원 한 사람을 공모사업 전담으로 맡겼어요. 매일 아침마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공모사업 벌이는 곳을 찾아 어지간하다 싶으면 모두 응모했지요. 공모사업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만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약 5억여원, 지난 한 해에는 8억원이 넘었어요. 이 돈으로 필요한 고가의 기계 장비들을 하나씩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조만간 상해국제식품박람회 전북홍보관 참가업체 공모와 아산재단사회·의료복지사업 공모에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김 가공 생산 업체인 ‘바다의 향기’는 국내 굴지의 삼해식품에 OEM 방식으로 대부분의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매출의 약 70%가 김밥이다. 제품의 생명은 당연히 양질의 품질이다. 종사자 대부분이 장애인들인 탓에 처음엔 주위의 편견과 우려 섞인 시각도 많았다. “장애인들이 무슨…” 그런 식이다.

“저도 처음엔 그런 걱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일을 시켜보니 그건 선입견이었을 뿐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이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교육시켜 활용한다면 일반인과 하등 다를 게 없습니다. 저희 제품을 맛본 소비자들마다 한결같이 만족도가 대단히 높아요. 그래서 매출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요. 처음 들어올 땐 낯설고 자신감이 없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처럼 동화되고 마음의 평온을 찾아가는 모습에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부모들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현재 입사 대기자가 20명 남짓합니다. 일종의 ‘고용 전이’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지요. 시설이 부족해 이들을 모두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계획 중인 제2공장 설립이 빨리 이뤄졌으면 합니다. 덧붙이자면 각 기관들마다 중증장애인 생산 제품 구입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한 말씀

“장애는 나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합니다. 우리 공장이 장애인재활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수범 사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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