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수사 받는 중흥건설 계열사 2천억 돌려막기

2015-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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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중흥건설그룹이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낸 계열사 간 운영자금 돌려막기 잔액만 2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돌려막기 횟수도 중흥건설그룹 1곳이 공정위에서 상호출자를 금지한 국내 전체 대기업집단 가운데 약 70%를 차지했다. 중흥건설그룹이 아직 유동성 우려를 사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수사로 금융권 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돌려막기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공정위ㆍ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흥건설그룹 정창선 회장 맏아들인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 및 중흥주택, 중흥건설산업, 순천에코밸리, 중흥종합건설, 중흥에스클래스개발, 중흥주택 6곳은 중봉건설을 비롯한 다른 10개 계열사에 이달 들어서만 모두 290억원, 잔액 기준으로 총 2240억원을 대여하고 있다.

이는 4월 들어 공정위에 낸 액수만 집계한 것으로 이번에 신규거래를 하지 않은 계열사는 빠진 수치다.

중흥건설그룹 계열사 간 자금 대여 ㆍ차입 횟수는 이달에만 모두 15건으로 전체 재벌 계열사 총계인 22건 가운데 68%를 넘어서고 있다.

차입금이 가장 많은 곳은 중봉건설이다. 이 회사는 중흥주택에서 지금까지 총 1489억원을 빌렸다. 중봉건설은 정원주 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중흥토건 자회사다. 이 회사는 이달 1일에도 중흥주택으로 부터 70억원을 차입했다. 정원주 사장은 다음날 에프씨건설에 3억원을 빌려줬다.

에코세종은 중흥건설산업에서 총 220억원을 차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흥건설산업은 정창선 회장 차남인 정원철 사장이 대표로 있다. 이 회사는 1일 에코세종에 30억원을 대여한 지 5일 만에 중흥에스클래스개발로부터 다시 2억원을 빌렸다.

정원철 사장이 51% 지분을 가진 중흥종합건설은 3일 드림시티건설 및 아이시티건설, 유시티건설에 각각 1억원씩을 빌려줬다. 6일에는 뉴시티건설에 60억원을 대여했다. 역시 정원철 사장이 100% 출자한 시티글로벌도 자회사 시티개발에 62억원을 꿔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거래에 대해 검찰 수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전남 순천 신대배후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중흥건설 본사와 정원주 사장 및 회계책임자 2명 자택, 계열사 나주관광개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일에는 중흥건설 자금담당 부사장 A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중흥건설은 공을 들여 온 경기 광교신도시 중흥에스클래스에 대한 분양도 시기를 5월에서 7월로 늦췄다. 이 회사는 올해 공급 예정인 아파트 총 1만4000여가구 가운데 임대 물량 3500여가구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도 분양일정을 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가 아닌 일반 계열사 간 빈번한 자금거래는 정상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신용 문제로 금융기관 차입이 어려워지자 내부적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현장 운영상 법인 간 대여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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