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액정화면(LCD) 제조업체 하이디스테크놀로지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하이디스 공장폐쇄·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서 하이디스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긴박한 기업 경영상의 필요성 부재 △해고회피 노력의 결여 △대상자 선정의 부당성 등을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꼽았다.
김 변호사는 “하이디스가 보유한 광시야각기술(FFS) 특허료의 일부만 투자해도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다”며 “향후 8년간 약 5000억원의 특허료 수입이 예상되는 상황을 봐도 정리해고를 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디스는 지난해 제품 판매와 FFS 관련 특허 사용료 등으로 매출 1800억 원, 당기순이익 920억 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판례로 볼 때 해고회피의 노력은 사무실 규모 및 임원 수당의 축소·일반관리비용 절감·근로시간 조정·임금삭감 등이 있지만 하이디스는 이러한 시도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공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사간 단체협약은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은 수습·단순공·후임자 순으로 해야 하지만 이 협약이 지켜지지 않았고 업무 대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설부분 직원들만 잔여인력 대상으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하이디스 노조 측은 해외 자본에 의해 국내 기술이 유출되는 상황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요구했지만 이날 토론회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임영미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장은 “고용부는 희망퇴직한 직원들에 대한 취업지원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경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은 “(하이디스의 특허를)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것은 전문가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후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 핵심기술로) 선정된다고 해도 정부가 (기술 유출을) 다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이디스는 1989년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해 2001년 분사했다. 2002년 부도난 현대전자를 분리 매각하는 과정에서 LCD사업부가 중국 ‘비오이’에 매각됐으며 기술유출 이후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가운데 2006년 대만 이잉크에 다시 매각됐다.
두 번의 매각과 법정관리 등을 거치며 2000명에 달하던 하이디스의 직원은 377명으로 줄었으며 지난달 31일부로 335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및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하이디스 노조 측은 오는 10일 오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나 정리해고·기술유출 등의 사태에 대해 면담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