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홍성환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9%에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0%대인 0.9%로 낮췄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깊어지고 있지만 정부만 나홀로 경기 낙관론을 펼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월 전망치(3.4%)보다 0.3%포인트 낮춘 3.1%로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한은 성장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 전망치(3.8%)와 0.7%포인트나 벌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분기 실적치가 낮아진 점, 국제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반영해 대폭 하향했다"고 밝혔다. 2015년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4월 발표 때 4.2%에서 4.0%(7월)→3.9%(10월)→3.4%(올해 1월)로 매번 하향조정됐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가계부채, 고령화에 따른 노후 대비,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등 구조적인 요인이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회복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미 전망치를 대폭 내렸고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전망치 하향을 예고한 만큼 기재부가 지나치게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 2015년 성장률 전망치로 3.8%를 제시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회복 흐름이 재개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으며 "성장률 하향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객관적으로 경기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추이를 보면 디플레이션 초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극단적인 경우 올해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위험은 소위 말하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