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이수경 기자= 경영 투명화를 강화한다는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오너가 돈을 들이지 않고 지분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며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기업의 인적분할 후 지주사로 전환한 상장사는 총 17개였다.
10개 지주사의 오너 지분 평균 증가율은 87%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모두 지주사 전환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오너들의 자회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으로 전환해 주는 과정을 거쳤다.
예를 들어 오너가 지분을 10% 보유한 A사를 B사(지주사)와 C사로 쪼개면, 총수는 B, C사 지분을 각각 10% 씩 받게 된다.
이후 B사가 공개매수로 C사 주주의 주식을 사들이고, 대신 주주들에게 B사 신주를 부여한다. 여기에 오너가 참여하면 오너의 C사 지분은 없어지고, B사 지분은 20%로 확대된다.
작년 회사를 분할해 지주사로 전환한 서연은 같은 해 11월 유상증자를 실시해 한일이화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여기에 참여한 유양석 서연 회장은 서연 보유 지분이 분할 전 28.57%에서 분할 후 45.89%로 17.32%포인트 늘었다.
앞서 2013년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및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 이병무 아세아그룹 회장 등이 같은 방식으로 추가비용 없이 지주사 보유 지분을 확대했다.
대한항공에서 분할돼 지주사로 전환된 한진칼의 경우 분할 전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보유 지분이 9.63%에 그치며 경영권이 불안했던 반면 분할 후 한진칼 지분이 15.63%까지 늘었다.
이외에도 이경수 회장의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은 분할 전 28.57%에서 분할 후 45.89%로 17%포인트 확대됐다.
이병무 아세아 회장은 13.90%에서 20.57%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강정석 사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측 지분은 10.44%에서 15.99%로 늘었다.
문제는 오너가 회사 분할 및 지주사 전환 등을 통해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애초 회사를 분할하며 사업을 나눌 때 오너들은 자신들이 지분을 늘릴 지주회사에 안정적으로 매출을 내고 향후 성장성이 높은 사업들을 편입시킨다.
이후 공개매수로 오너들은 지주사 지분을 확대해 향후 성장성 있는 회사의 지분을 확대하는 데 반해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는다.
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둘로 쪼개져 주식을 교환할 때 어느 쪽의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 더 이익일지 아는 것은 오너 쪽"이라면서 "소액주주들은 전문성이 떨어져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 관계자는 "지배주주가 돈을 들이지 않고 지분을 늘리는 데 지주회사 전환을 이용하는 것은 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당초 지주회사 제도의 도입 취지와는 동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월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할 경우 자사주를 미리 처분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및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기준 의원은 "제벌 3세들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회사 돈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편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서 "경제 정의 차원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켜 부당한 소유지배구조 왜곡과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강력히 규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