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지난 5년간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 침해 진정이 가장 많이 접수된 대기업은 삼성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인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주요 대기업 인권 침해 진정 건수(공사 제외)’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2009년부터 2014년 11월까지 장애·성(性)·질병·국적 등의 이유로 모두 79건의 진정을 받았다.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이 소속된 한진그룹의 인권 침해 진정 건수는 5년간 2건으로 16위였다. 지난해 ‘라면 상무’ 파동을 빚은 포스코의 인권위 진정 건수는 3건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 장애인 차별 79건 中 56건
특히 대기업 인권 침해의 다수가 ‘장애인 차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에 접수된 354건 중 220건(62.1%)이 장애 차별에 따른 진정이었다. 대기업의 인권 수준이 후진국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삼성은 79건 중 56건, NH농협은 32건 중 26건, 동부는 31건 중 8건이 장애 차별 진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 내 성희롱 진정은 범(汎)현대 계열사가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과 금호아시아나는 2건, NH농협·CJ·LS·동부는 1건이었다.
신학용 의원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권위에 성희롱을 진정했다는 것은 기업 내 각종 기구를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국내 대기업의 인권 실태가 국제적 수준에 비춰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인권위가 ‘GRI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가이드라인’의 인권·노동 항목과 국제표준화기구 기준(ISO 26000)을 바탕으로 국내 30대 기업 중 19개 기업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한국전력·기아자동차·신한은행 등 13곳이 ‘실천점검의무’ 관련 내용을 전혀 명시하지 않는 등 인권 보고 상태가 부실했다. ‘GRI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가이드라인’은 국제적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기준이다.
인권위는 “기업이 ‘기업 내 인권 침해’라는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등 전반적인 인권 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번 보고서 결과와 관련해 “오너 일가의 제왕적 경영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 대기업 문화에서 ‘직원도 인권을 가진 존엄한 존재’라는 인식이 늘어야 한다”며 “현 5% 수준의 인권위 구제율 높이는 등 정부 기구의 강력한 개입을 통해 기업의 인권 의식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