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급여(금융 3사 제외)를 받은 곳은 삼성물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부진 속에서도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데 따른 '화끈한 보상' 덕분이다. 반면 그룹 내 '맏형'을 자처하던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성과급이 쪼그라들면서 3위로 추락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 연봉을 포함하면 톱 5위권에서도 밀려나 6위권 안착에 그쳤다.
13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삼성그룹 계열사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3600만원으로 전년 동기(1억2500만원) 대비 7.1%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해외 대형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상사의 트레이딩 경쟁력 향상, 리조트 레저 수요 회복에 따라 수익성이 견고해지면서 삼성 계열사 내에서도 가장 높은 OPI(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이 책정됐다. 지난해 건설, 패션, 상사 등 부문별 OPI는 25~50%로 삼성그룹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매년 연봉킹 자리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삼성물산과 삼성SDS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2000만원으로 전년(1억3500만원)보다 11.1% 줄었다. 경기 불황으로 IT기기 수요가 둔화하고 반도체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사업 부문별로 OPI 책정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연봉 50% 수준을 받던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OPI가 0%(0원)로 책정된 것을 비롯해 생활가전, 의료기기, 네트워크 사업부 OPI가 10% 수준에 머물렀다.
4위는 이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SDI로 이 회사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1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전년(1억1600만원)보다 0.9%(100만원) 줄었다. 이어 삼성전기의 1인당 평균 연봉은 9600만원을 기록해 5위에 올랐다. 삼성전기 임직원 평균 연봉 역시 전년(9700만원)보다 소폭(1%) 하락했다.
재계 '연봉킹' 상위권을 차지하던 삼성 CEO들 연봉도 크게 줄어든 가운데 현역 삼성 CEO 연봉킹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지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급여 14억6000만원, 상여 53억600만원, 복리후생 1억3000만원 등 총 69억400만원을 받았다.
이어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이 상여 48억2400만원을 포함한 연봉 61억9300만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경계현 DS 부문장(사장)은 급여 12억5000만원, 상여 11억900만원, 복리후생 8900만원 등을 합쳐 24억3000만원을 받아 4위에 그쳤는데 경 사장은 OPI가 0%로 책정돼 전체 연봉이 전년 대비 18.6% 줄었다.
3위는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사장)로 지난해 급여 10억6800만원, 상여 15억1300만원, 복리후생 3억7200만원을 합쳐 총 29억5300만원을 받았다. 5위는 황성우 삼성SDS 사장으로 급여 8억2500만원, 상여 7억3500만원, 복리후생 1억1300만원 등을 합쳐 총 16억7300만원을 받았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는 급여 8억4900만원, 상여 4억900만원, 복리후생 1억2200만원 등을 합쳐 13억8000만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