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저성장 장기화에 매몰된 한국경제가 방향타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진 것이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경쟁 국가들이 국가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인 행보다.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추진하는 구조개혁은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노동개혁은 이미 타결 시한을 넘겼고 공공·금융·교육도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관·계가 타협점을 찾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회복세를 견인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동반 성장을 하지 못하면 국제 사회에서도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중국 내 자국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반색하고 있다. AIIB에 외환보유액을 지원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내수 시장도 빠르게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삐걱대던 일본은 아베노믹스 연착륙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정치권과 재계까지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저성장 탈출을 위한 일본의 움직임을 주요 선진국에서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헤이조 다케나카(Heizo Takenaka) 일본 게이오 대학교수는 “우호적인 대외환경과 효과적인 정책조합으로 일본경제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구조개혁 노력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사회보장제도 개혁과 공급측면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경제는 중앙은행(BOJ) 통화완화와 엔화약세, 유가하락, 실질임금 인상 전망 등으로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경제활성화 전략이 효과를 본 셈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각종 지표에서 경기개선 신호가 보이지만 여전히 회복으로 보기에는 미약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경기부양책 중 핵심 사안은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관광진흥법이나 서비스산업발전법은 3년째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각종 당근책도 마다하고 고용과 투자에 인색하다.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에 불만이 가득하다. 중국과 일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경제가 더 이상 침체될 경우 정치, 기업, 정부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분명히 인지하는 상황”이라며 “한국경제가 확실하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소모적 논쟁을 멈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