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프리즘] 길건=김태우, 돈 앞에선 '도찐개찐'

2015-04-0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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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건과 김태우는 각각 기자간담회에서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진 =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인간은 그 자신에 대해 정직해질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얘기할 때면 언제나 윤색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에는 한 남자의 살인을 두고 4명의 관계자가 각기 다른 증언을 펼치는 모습이 나온다. 이 작품에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포장해 잘 보이고자 하는 본성이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윤색하고자 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특히 '금전'과 관계된 부분에서 인간의 이기심은 극에 달한다.

가수 길건과 김태우의 진흙탕 싸움이 김태우의 고소 취하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길건은 원하던 대로 자유를 얻고 계약금 변제 의무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향후 '연예계 생명'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김태우는 길건과 메건 리의 소송을 모두 취하함으로써 당장은 금전적 손해를 입었으나 향후 연예계 활동에서의 명분을 얻었다.

결국 김태우가 이긴 셈이다. 대중의 시선은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먼저 모든 것을 내려놓은 김태우가 장기적 승리를 가져갔다. 길건은 소울샵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기 이전 소속사에도 갚을 빚이 있었다. 그 빚을 해결해 주는 조건으로 소울샵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적게라도 길건이 버는 족족 선급금(전 소속사에 지급한 금액 등)에서 제해 갔다. 길건은 손에 쥐는 돈이 없으니 소울샵에서 받은 것이 없다고 주장했고, 소울샵의 경영진이 김태우의 부인으로 교체된 후 경영진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읍소했다.

하지만 과연 부당한 대우였을까? 길건은 성인이다. 자신의 의지로 소울샵과 계약했다. 선급금에서 수익을 제한다는 조건이 불리하다 해도 길건 스스로 제 이름으로 사인한 결과다. 길건은 "김애리 이사가 너무 강압적이고 나를 무시해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사인하라는 대로 했다"고 밝혔지만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스무살이 넘은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김태우가 모든 것을 책임진 것만은 아니다. 소속사 연예인이 2명이나 언론을 이용해서 진흙탕 싸움을 벌일 만큼 절박한 지경으로 내 몬 것은 엄연히 엔터사로서의 직무유기다.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을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이 근본 임무이기 때문이다. 길건과의 소송을 취하한 것도 길건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다. 자기 가족, 김애리 이사와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자녀를 지키려는 의도다. 소속사 대표로서의 책임감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발휘했다. 근본적으로 따지면 이 또한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이기심의 발로다.

길건은 생계를 위협받았다고 했다. 소울샵이 일을 주지 않아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길건의 자질 부족에 대한 증거로 소울샵이 공개한 뮤지컬 '율숙업' 인터뷰 영상은 본인이 원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 컴퓨터를 잘하지 못해 전날 소울샵에서 메일로 보내 준 음원을 들어볼 수 없어서 오디션 당일 음을 맞출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악한 변명이다. 원하는 일이든 원하지 않는 일이든 일거리라면, 더군다나 자신의 주장대로 생계가 달렸다면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한다. 이 한 건의 일로 내 다음 행보가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연예계다. 그녀는 기자간담회 내내 자신을 윤색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급기야 눈물을 쏟아 내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그녀의 눈물에 가슴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위한 눈물이었기 때문이다.

김태우 역시 기자간담회 중 눈물을 쏟아 냈다. 가족에 대한 비방을 멈춰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주변만을 지키기 위한 눈물이었기에 이 또한 공감할 수 없었다.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일어서는 김태우를 향해 소속사에서는 "김태우 씨의 앞날을 위해 박수를 보내 달라"고 했으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어느 한 명도 박수치는 사람은 없었다.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떴던 김태우는 바로 그 냉담함이 대중이 그에게 보내는 시선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사건의 시발은 돈이었다. 그리고 마무리 또한 돈으로 지어졌다. 위약금을 내지 않고 자유를 얻고 싶어 했던 길건은 원하던 대로 빚으로부터 자유가 됐다. 김태우는 길건에게 지급했던 계약금 4000만원과 그간 레슨 등에 소울샵이 투자했던 돈은 무효화하지만 전 소속사에 갚아 줬던 선급금 약 1200만원 가량은 향후 길건으로부터 받아내겠다고 단서를 붙였다. 약간의 돈을 포기함으로써 김태우 역시 가족의 명예를 지켰다.

결국 승자는 없었다. 돈으로 시작된 싸움이 돈으로 끝났고 소속사를 물고 뜯은 길건이나, 소속 연예인을 보호하지 않고 벼랑으로 내몬 김태우(소울샵)나 고장난명(孤掌難鳴), 속칭 '도찐개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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