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 계속..."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

2015-04-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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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인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가운데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경상수지 흑자가 36개월째 이어졌다. 2월 흑자규모는 64억4000만달러다. 그러나 내수 부진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생기는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2월 경상수지는 64억4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경상수지 흑자는 2012년 3월부터 계속됐다.
이런 추세라면 1986년 6월부터 3년 2개월동안 이어진 최장 흑자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박승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흑자 기조는 다음달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94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연간 흑자 892억달러보다도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경기 불황기에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감도 고조되고 있다. 상품수지에서 수출은 406억달러로 작년 2월보다 15.4% 줄었지만 수입은 332억7000만달러로 21.9%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불황형 흑자는 경상수지 흑자가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 제고 등에 따른 수출 호조가 아닌 소비부진이나 기업들의 국내투자 감소 등에 따라 수입이 감소한 결과다. 이같은 형태의 흑자는 장기적으로 설비투자 감소 등에 따른 기업의 대외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국내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위험신호로 간주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8년과 2009년을 들 수 있다. 한은이 발간한 '알기쉬운 경제지표 해설'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우리나라는 상품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3.6% 줄었지만 내수침체와 환율급등, 국제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36.5%)하면서 상품수지가 큰 폭의 흑자로 전환돼 400억6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었다.

또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입 모두 전년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수출 -15.9%, 수입 -24.9%)했으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해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확대됐고, 경상수지는 335억9000만달러 흑자를 거뒀다.

한은 측은 앞선 불황형 흑자 때와 최근의 추세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박승환 부장은 "석유제품 유가하락과 중국에서 가공무역을 제약하는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했다"며 "유가하락분을 빼고 보면 2월 중 수출은 3.4%가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유가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부진과 계속된 엔저 현상으로 수출도 기조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정책과 환율정책을 적절히 사용해 수출을 통한 경기 부양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 뿐만 아니라 0%대 물가상승률이 4개월째 이어지면서 일부에서는 디플레이션 초기 진단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지만 담뱃값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2월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다. 담뱃값을 올리지 않았다면 물가 수준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담뱃값 인상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디플레이션 초기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물가상승률로만 봤을 때는 디플레라고 판단할 수 없지만 추세적으로 디플레 우려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은이 지급준비율, 총액한도대출, 재할인율 조정 등 여러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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