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 본사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연일 시끄럽지만 현대중공업이 러시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장사업이 지난해에도 대풍작을 기록하며, 올해 처음으로 연간 수확량 2만t 돌파에 도전한다.
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 2009년 러시아 연해주에 마련한 제1 농장 ‘현대하롤농장’과 2011년 매입한 제2 농장인 ‘현대미하일로프카농장’에서 지난해 총 1만8000t의 옥수수와 콩을 수확했다. 2013년 1만4500t에 비해 3500t 이상 늘어난 양이다.
이들 농장에서는 콩과 밀, 옥수수, 귀리 등의 곡물을 재배하고 있다. 매년 5~6월 파종해서 그해 11~12월에 수확하는데, 올해는 8300ha의 재배면적에 파종을 실시해 2만3000t의 곡물을 수확한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기후조건이 좋았던 데다가 체계적인 영농기법을 적용하는 등 농사를 매년 지으면서 노하우도 쌓였고, 경영면적도 확대돼 수확량도 증가했다”며 “올해도 기후조건이 좋은 것으로 전망돼 수확량은 목표치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의 농장에서 수확한 곡물은 러시아 내수시장에 100% 판매되고 있는데 품질이 러시아의 다른 농장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농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시절부터 진행해왔던 사업으로,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북방개척에 있어 연해주 영농사업은 반드시 해내야 할 사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한국의 식량자주율(국내 및 해외 투자 농장의 연간 곡물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것)을 높이는 한편,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 전략 차원에서도 연해주 영농사업은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는 30% 이하 수준인 식량 자주율을 2020년까지 65%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에서 생산된 곡물을 국내에 반입을 추진해 볼만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첫 수확한 옥수수 1000t을 시범 도입했을 뿐 추가로 일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옥수수는 총 1022만1214t이었으며, 이 가운데 미국 수입분이 537만6990t으로 52.6%를 차지했다. 과거에 비해 비중은 줄었지만 여전히 미국 수입 의존도가 높다. 여기에 브라질이 153만2187t(15.0%), 우크라이나 132만1665t(12.9%)을 합하면 3개국으로부터의 옥수수 수입 비중은 80.5%(823만0833t)에 달해 수급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으로서도 국내 반입을 내심 바라고 있지만 물류비 부담이 커서 한국 내수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주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물류 문제 이외에도 미국 등의 옥수수와 경쟁하려면 생산량을 최대로 늘려 대량으로 수입해야 하는데 아직 러시아 농장의 수확량은 절대적으로 적다. 양을 늘리고 추후 물류 인프라 갖춰지면 국내 반입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국내 정서상 대기업이 대량의 곡물을 국내에 반입될 경우 농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데다가 곡물의 수입관세 및 관련 절차 등이 모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점도 도입을 막는 장벽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