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2015-03-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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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재직 31년 간 싱가포르 선진국 반열에 올려…전 세계 "위대한 전략가 잃었다" 애도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사진=신화사]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싱가포르 ‘국부(國父)’를 넘어 아시아의 대표 지도자로 존경받는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23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1인당 GDP(5만6113달러) 세계 8위, 아시아 1위.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국가경쟁력 세계 2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 국가청렴도 세계 5위. 이 같이 ‘작지만 강한’ 싱가포르에는 리 전총리의 땀이 배어있다.
◇전 세계 지도자, 리콴유 타계 소식에 '애통'

리 전 총리 타계 소식은 싱가포르를 넘어 전 세계를 슬픔에 빠뜨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유가족과 싱가포르 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싱가포르를 세계속의 일류국가로 변모시키기 위해 헌신해 오신 고인의 업적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다"면서 "고인은 수차례 방한으로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을 쌓았으며 한·싱가포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귀중한 지혜를 주신 우리 국민들의 친구였다"고 회고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의 아버지로는 물론 아시아의 위대한 전략가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조의를 표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역시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지도자”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리 선생의 서거는 국제사회의 큰 손실”이라며 “그는 국제사회의 존경 받는 전략가이자 정치가였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이며 오늘날 번영의 기초를 만든 아시아의 위대한 지도자였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리콴유, 총리재직 31년 동안 GDP 30배 끌어올려

리 전 총리는 1923년 싱가포르의 한 부유한 화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1949년 영국 켐브리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1954년 인민행동당(PAP)을 창당, 정치계에 입문했다. 이후 1959년 싱가포르 영연방 자치령 총리직에, 독립 후인 1965년 싱가포르 초대 총리 자리에 연이어 취임했다. 1990년 퇴임할 때까지 31년 동안 총리직을 맡아온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재직한 총리로 꼽힌다.

단순히 31년이란 시간이 그에게 ‘국부’라는 칭호를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그는 31년 동안 독립 당시 400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의 1인당 GDP을 1만 2750달러까지 끌어올렸다. 무려 30배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이 아시아의 금융·물류의 중심지로 전환된 시기다.

◇리콴유 정책 비결은… '실용주의' 통찰력과 반(反) 부패

리 전 총리가 처음 총리직에 올랐을 당시 싱가포르는 마실 물조차 부족해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사와야 할 정도로 암울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택한 것은 ‘실용주의’와 ‘반(反) 부패’ 노선이었다.

지난 2007년 리 전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고 그래서 살아남는 데 필요하다면 무조건 오케이였다”고 그의 실용주의를 회고했다. 실제로 그는 석유파동 속에서도 창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등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에는 과감히 투자했다. 이 처럼 세계 흐름을 빠르게 읽어내는 그의 안목이 오늘날의 싱가포르를 만들었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과 환경보호에도 주력했다. 특히 부패행위조사국(CPIB)에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등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에 힘을 쏟았다. 더불어 공무원들의 급여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 부패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했다. 또 껌만 뱉어도 벌금을 부과하는 리 전 총리의 엄격한 통제탓에 싱가포르는 `벌금 공화국`이라는 별명 얻기도 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연보.[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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