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SK브로드밴드의 지분을 100% 확보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표면상 유·무선 사업 통합으로 미디어 사업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양사 간에는 네트워크 사용 및 공동마케팅을 활발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장 사업 변화는 없다.
지난 1월 기준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가운데 43.3%는 SK텔레콤 재판매 가입자이고 인터넷TV(IPTV)도 신규 가입자의 50% 가량이 SK텔레콤을 통해 가입하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에 편입되는 SK브로드밴드의 지분 가치는 SK텔레콤 시가총액의 3%에 불과해 이번 편입이 당장 SK텔레콤의 기업가치에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결합판매 규제 리스크를 유·무선 사업 통합으로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나 앞선 KT와 LG유플러스의 합병 사례를 보면 달라질 규제 환경은 없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이미 SK브로드밴드 영업실적도 SK텔레콤 실적에 반영된다.
단순히 합병이 아닌 완전 자회사 편입만 놓고 봤을 때 상장된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가져갈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와 SK플래닛 간의 중복 사업을 교통정리 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SK텔레콤의 결정에 따른 퍼즐은 맞춰진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SK플래닛 간의 중복 사업은 미디어 사업과 관련해 IPTV인 ‘B TV 모바일’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호핀’이 중복되는데 이들 사업은 이번 자회사 편입으로 교통정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며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비용 절감 등을 예상할 수 있다.
또 SK브로드밴드가 지난 1월에 런칭한 T커머스 채널인 ‘B쇼핑’ 사업도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와 함께 연동할 경우 더욱 시너지가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다. 런칭 당시에도 SK브로드밴드 측은 SK플래닛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나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은 바 있어 SK브로드밴드와 SK플래닛이 시너지를 낼 플랫폼 사업 전반을 꿰뚫고 있다.
게다가 SK플래닛은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플랫폼 사업부문을 새로 만들고 해당 부문장에 SK텔레콤의 상품기획부문을 맡고 있는 위의석 부문장을 SK플래닛 플랫폼 사업부문장으로 앉혔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SK그룹 내 통신사업 간의 중복 사업 정리와 효율화가 예상된다"며 "SK플래닛은 내년까지 기업가치 5조원을 목표하는 만큼 기업가치 극대화로 2017년에는 기업공개(IPO)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SK텔레콤은 기업 가치 극대화와 IPO로 인한 현금 유입으로 재무구조 개선이나 또 다른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