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학부모들이 시험 보는 자녀에게 ‘커닝 쪽지’를 전달하려 벽 까지 타는 등 인도 내 만연한 부정행위 모습을 영국 BBC뉴스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르면 고교 입학 자격시험(10학년 시험)이 치러진 인도 동부 비하르 주 하지푸르의 한 고사장 밖에서는 시험 시작 종이 울리자 수십 명의 학부모가 5층 고사장 건물의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자녀에게 시험 부정행위를 위한 이른바 ‘커닝 페이퍼’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모습은 이곳뿐 아니라 사하르사, 챠프라, 바이샬리 등 비하르 주 곳곳의 고사장에서 목격됐다.
비하르 주 교육 당국은 18, 19일 이틀간 부정행위로 515명의 학생을 고사장 밖으로 내보냈으며 학부모 7명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피케이 샤히 비하르 주 교육장관은 공공연한 부정행위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140만 명이 넘는 학생이 시험을 보기 때문에 학부모의 협조 없이는 정부가 부정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을 향해 “정부가 그들에게 총이라도 쏴야 하나”라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에 대한 인도 정부의 무관심을 근본적 원인으로 꼽았다.
전직 주 교육위원회 의장을 지낸 라지마니 프라사드 신하는 현지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사가 턱 없이 부족해 학교에서 배운 게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답을 쓰겠나”며 “어떻게든 시험만 통과하고 보자는 게 대다수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타누 데이 경제학자는 인도 정부의 미비한 교육지원에 대해 “인도에는 미네랄 등 풍부한 자원이 있어 정부가 교육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며 “이것을 천연 자원의 저주(natural-resource curse)라고 부른다”고 인도 매체 쿼츠(Quartz)에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육에 대한 정부의 낮은 투자가 제한된 학생 수로 이어지게 되고, 많지 않은 자리 중 하나에 자신의 자녀를 보내기 위해 학부모들이 벽을 타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정부는 자원에만 기대지 말고 국민을 위해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