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를 비롯 전주·익산·정읍시의회 의원들은 19일 익산역 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KTX가 고속철이 아닌 '비싼 저속철'로 전락돼서는 안 된다"며 이날 열린 열차 시승식 행사에서 시승을 거부했다.
의원들은 "지난 10년간 손꼽아 기다려온 고속철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호남KTX를 지켜보는 도민들의 마음은 불편하기 그지없다"고 운을 뗀 뒤 "요금이 경부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고, 운행 소요시간도 당초 코레일의 홍보와 달리 더 지연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호남KTX가 개통되면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호남인들로서는 정부에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오늘 우리가 호남KTX 시승식을 거부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익산역 광장에 모여선 것도 이 같은 호남인들의 불만을 정부와 코레일측에 전달하고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경부선 쪽으로 멀리 돌아가게 만든 것도 모자라 그 추가요금 3,100원을 호남선 승객들에게 전가시켰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이 구간에 대한 요금징수를 고집한다면 이는 정부가 2005년 당시에 오송역을 관철시키기 위해 거짓말로 호남인들을 유혹하고 기만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당초 용산에서 익산까지 66분이 소요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하루 48편중 이 시간에 주행하는 열차는 단 1대뿐인데다 70분 이상 소요되는 열차가 45편이고 무려 18분 이상 늦은 열차도 있다고 성토했다.
의원들은 "코레일 말대로 호남KTX 요금이 비싸진 이유가 전용선로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면 시간이라도 빨라져야 하는데 오히려 시간은 더 느려졌다"며 "이는 코레일이 열차 중간 정차역 결정 과정에서 호남지역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개입시켰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호남선과 경부선 상·하행선이 모두 운행하는 용산(서울)∼광명∼천안·아산∼오송 구간의 정차율을 보면 호남선의 비율이 17%이상 높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더욱이 하행선의 경우 광명, 천안·아산, 오송역 3곳 모두를 정차하는 열차가 경부선은 7.8%에 불과한 반면, 호남선은 25%나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결국 호남인들과는 별 관계도 없는 이곳 주민들을 위해 호남KTX를 집중 정차시킴으로써 호남고속철이 느려지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원들은 "호남선의 운행요금이 경부선보다 비싼 이유와 산정 근거를 공개할 것을 코레일측에 정식 요구하는 한편, 호남분기역 선정 당시 추가요금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겠다던 호남인과의 약속도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