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내·외 경제전문기관에 따르면 연초 실물지표 부진으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6분기 연속 0%대 성장이 불가피한 셈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연초 산업생산과 수출 등 지표가 부진하고 소비 심리도 좋지 않아 전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성장률이 낮았던 작년 4분기에 대한 기저효과가 있을 텐데도 0%대라면 경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연구소 관계자도 “유가 하락에 따른 효과가 소비 등에서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등 1분기 경기 회복 흐름이 당초 전망보다 약하다”라며 “4분기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그보단 좋아지겠지만 전분기 대비 0%대 성장률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3년 3분기 1.1%까지 오른 전기비 성장률은 그해 4분기 0.9%를 시작으로 지난해 1분기 0.9%, 2분기 0.5%, 3분기 0.9%, 4분기 0.4%까지 계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이번 1분기도 0%대로 나타나면 6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다.
통상 정부 재정 조기집행 효과 등으로 1분기는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 그러나 올해는 1분기부터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도 정부가 목표로 한 3.8%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국내·외 기관들은 3% 중후반대로 발표했던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하거나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올해는 전기대비 성장률이 4분기보다 크게 높아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2∼4분기에 1%씩 성장해도 연간 성장률은 국내·외 기관들의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3.4%를 내놨던 LG경제연구원은 경기 하방 위험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오는 4월 경제 전망을 수정할 방침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1∼2월 등 1분기 수치 흐름을 봤을 때 금리 인하 등 정책 효과를 어느 정도 감안하긴 하겠지만 기존 전망보다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저유가가 긍정적이긴 하지만 소비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어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오는 5월에 거시경제 지표 전망치를 조정할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KDI는 지난해 12월에 올해 성장률을 3.5% 내외로 전망하면서 세계경제가 예상대로 성장세를 회복하고 대내적으로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원활히 실행될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당시 KDI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3.8%로 기준을 잡았다. 하지만 IMF는 지난 1월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하향 조정해 KDI가 5월에 기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공산이 커졌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는 “올해 성장률은 3% 달성이 힘들 것 같다”며 “앞으로 경기 회복 여부는 부동산 시장 온기에 힘입은 건설투자 증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회복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