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이하 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동북부 페나마 지방에서만 44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통신 두절로 정확한 피해가 집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누아투를 이루고 있는 80개의 크고 작은 섬 일대에서는 통신이 완전히 끊겼다.
15일엔 바누아투에 비상식량과 약품 등 구호물자를 실은 호주 공군기 2대가 도착했다. 뉴질랜드는 8t 가량의 방수포, 물 저장 컨테이너, 발전기를 지원했다. 유럽연합(EU)도 지원을 약속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바누아투에 신속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바누아투 국민과 함께 하겠다. 숨진 자와 다친 자, 집을 잃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위로를 전했다.
지난 13일 시간당 최대 풍속 320km에 이르는 5급 초강력 사이클론 '팸'의 강타를 받은 바누아투는 하루 아침에 노숙자 나라로 전락했다. 볼드윈 론스데일 바누아투 대통령은 15일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사이클론 피해로 수도 포트 빌라의 건물이 거의 다 무너졌으며 국민 대부분이 노숙자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영국 국제구호단체 '옥스팜'도 4만7000명이 살고 있는 수도인 포트 빌라 가옥의 90%가 피해를 당했다고 전했다. 옥스팜 바누아투 담당자는 "태평양 지역에서 본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라며 "지역사회 하나가 통째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콜린 콜레 반 루옌 옥스팜 바누아투 지부장은 "엄청난 규모의 인도지원이 필요하다, 마을들이 통째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포트빌라의 거리는 날아온 잔해들로 가득했고 무너진 나무 밑에 깔린 차들과 산산조각 난 건물, 해안에서 밀려들어온 요트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집이 무너진 이들을 수용할 대피소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지 관계자는 “300명이 대피한 곳에서 화장실 1곳을 함께 이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혼란을 틈탄 약탈행위도 발생했다. 바누아투에서 북동쪽으로 1550km 떨어진 투발루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주민 수천명이 대피했다.
1980년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바누아투는 열대 해양성 기후를 가진 남태평양의 대표적인 휴양지 중 한 곳이다. 면적은 1만 2190㎢, 인구는 27만 6000명, 수도는 빌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기준 3180달러(360만원)다. 이 곳은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에서 여행을 많이 오는 덕에 인구의 67.6%가 관광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그 외 농업(20.6%)과 제조업(11.7%) 분야에서 일한다.
이번 사이클론 피해로 관광시설이 대거 파괴돼 휴양지로의 위상을 되찾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