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피해 승무원, 미국서 대한항공·조현아 상대 소송

대한항공 본사 사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일명 ‘땅콩 회항’의 피해 당사자인 대한항공 승무원 김도희씨가 미국에서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땅콩 회항 사건이 미국 법정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10일(현지시각) AP와 볼룸버그 등 외신은 대한항공 승무원 김도희씨가 미국 뉴욕주 최고법원에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뉴욕 JFK공항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견과류인 마카다미아를 서비스했다가 매뉴얼과 다르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은 당사자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탑승구를 벗어난 비행기를 되돌리고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해 일명 ‘땅콩 회항’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씨는 법원에 낸 소장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폭행하고 밀쳤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성명에서 김씨가 이번 일로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 등의 큰 피해를 당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절제되지 않은 오만함’이라고 규정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김씨가 거짓말을 강요당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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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부사장은 이번 사건으로 지난달 12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항공기 항로변경죄 등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당시 조 전 부사장의 항공기안전운항저해 및 폭행 혐의도 인정했다.

김씨는 자국 영역에서 벌어진 일은 자국에서 처리하는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법정에서도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을 둘러싼 판결이 내려지게 됐다. 앞서 조 전 부사장측은 박창진 사무장과 김씨에게 각각 1억원을 공탁했지만, 이들은 모두 공탁금을 찾지 않았다.

대한항공측은 이번 소송에 대해 “외신을 통해 처음 소송 사실을 알게 됐으며, 아직까지 소장이 송달되지 않아 세부 대응 방안 등은 차후 정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병가 중이다. 그는 지난달 재판에서 대한항공이 교수직을 주겠다며 회유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에 추가 소송을 낼 가능성이 큰 박 사무장도 다음달 10일까지 병가를 신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