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우남아파트 대피명령 적정성 여부 날선 공방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전북 익산시가 붕괴위험을 우려해 지난해 9월 11일 긴급대피명령을 내린 모현동 우남아파트사태를 둘러싼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산시가 발동한 긴급 대피명령이 행정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발동됐는지와, 주민들이 주장하는 보수보강 등이 가능한지 여부 등을 놓고 익산시와 익산시의회, 입주민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익산시의회가 지난해 12월 시가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을 행정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발동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하고 본격 활동에 돌입하면서 가뜩이나 불편한 관계에 있는 시와 의회 간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익산시의회 우남아파트 청원심사특별위원회(청특위)는 지난 5일 서울시 성북구청과 지난 2008년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진 정릉스카이연립 등을 방문, 대피명령 이후의 이주대책 및 문제해결 등과 관련한 자료수집과 입주민들의 애로사항 청취 등 사례 수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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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청특위는 10일 모현도서관에서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발표에 이어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진 익산시 모현동 우남아파트 사태 관련 공개토론회 현장[사진=익산시의회 제공]

서휘석 원광대학교 행정대학원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공개토론회에서는 임형택 특위 부위원장의 발제를 시작으로 이산재 익산시 안전행정국장, 임현택 비상대책위원장, 정밀진단업체 (주)한국구조안전기술원 이강일 대표, 시민단체 손문선 대표, 익산시의회 박철원 의원 등 7명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특위는 모현 우남아파트의 긴급대피명령은 부실한 졸속행정이었다고 결론을 내린 뒤 “대피명령을 발동한 익산시장이 3차례의 특위 출석 요청을 거부해 부실한 조사가 이뤄졌다”면서 “이제라도 전체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종오 청특위원장은 “이번 긴급대피명령이 우남아파트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되며 노후 아파트들이 직면해 있는 안전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임형택 특위 부위원장은 "박 시장은 당선인 신분으로 피난명령 검토를 지시했고 시장으로 취임해 강제 피난명령과 재건축 지원을 약속했다"며 “안전문제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서민들의 형편을 고려해 재산권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대피명령은 졸속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익산시의 긴급대피명령은 준비와 소통이 부실한 졸속행정이었다”며 "주민들이 행정에 대해 믿음이 갈 수 있도록 정밀안전진단 실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우남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은 "익산시는 입주민의 숨통을 조이는 긴급대피명령을 하루 빨리 철회하고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공무원과 전문가의 의견까지 무시하며 이를 강행한 이유와 요건,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문선 시민단체 대표는 “긴급대피명령의 조건인 재난 발생의 우려를 어떤 판단이나 근거로 했는지 모호하다”면서 “사전 위험의 증후가 있다거나 정확한 기술적 진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2002년 위험시설로 지정된 이후 주민들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시에서는 오랜 독촉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피명령을 내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1992년 11월 준공된 우남아파트는 2002년 구조안전진단 결과 철거대상인D, E급 판정을 받은 후 익산시로부터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이후 12년 동안 한 차례도 아파트 건물에 대한 보수, 보강 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은 항상 불안 속에서 생활해왔다.

앞서 100여 가구, 400여명의 입주민들은 부실하게 아파트를 건설한 건설사를 상대로 10년간 소송을 진행해 지난 2010년 승소와 함께 7억40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