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이에 따라 '전세 버블세븐'을 선정해 7회에 걸쳐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경기 일산서구, 안양 동안(평촌), 인천 연수(송도), 성남 분당, 용인 수지 등의 전세시장을 살펴봤다.
이들 지역은 지난 2년간 20% 이상의 전셋값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70% 이상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보였다. 생활인프라가 풍부하고 고용 중심지와 접근성이 탁월해 주거목적이 뚜렷한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 지역 외에도 전셋값 상승세는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언제 둔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가운데 올해 들어 전세입자들의 매매전환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택시장의 회복세도 감지되고 있다.
<좌담 참석자·가나다 순>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정태희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허명 부천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수도권 전 지역이 전셋값 급등으로 몸살이 앓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도시나 택지지구 전셋값이 많이 뛰었다. 이에 아주경제에서는 최근 전세버블 세븐 지역을 선정해(강남3구, 노도강, 분당,일산, 용인, 평촌, 송도) 현장 취재를 진행했다. 이 결과 취재지역에선 공통적으로 높은 전세가율, 빠른 월세 전환속도, 많은 매매전환 사례 등 혼란기 부동산 시장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궁금하다.
△허윤경 연구위원= 고용 중심지와의 접근성과 주거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고용지의 특징 중 하나는 도심과 강남으로 더욱 집중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교통 환경이 우수해 출퇴근이 용이한 지역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아주경제에서 전세 버블세븐 지역으로 꼽은 지역은 정주여건과 교육환경 등 주거환경으로서도 좋은 곳들이다. 즉, 교통과 정주여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곳들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노희순 책임연구원= 한 가구가 주거를 이동함에 있어서 기존의 지역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 또는 현재 주거비용 지출과 유사하거나 조금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실수요는 주거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에 주거이동 범위가 교통 및 기반시설이 충분한 수도권의 신도시 등 신규공급이 많고 주거환경 서비스 수준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전세 버블세븐을 포함해 수도권 지역을 살펴보니 전셋값이 2년 전과 비교해 1억 이상 뛴 곳이 많았다. 전셋값 고공행진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상승세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허명 교수= 전세가격 상승은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재건축 이주 등 전세물량이 감소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전세물량을 공급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급이 불가능하다면 전세 수요의 매매전환 등으로 임차수요를 줄여야 하지만,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불안감에 주저하는 잠재적 소비자가 많다. 따라서 주택경기 회복세를 체감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하는 2015년 하반기 이후까지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함영진 센터장= 기간을 단정할 수 없다. 가격 면에서 불안정한 요인이 많다. 정부가 여러 주택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상당기간 시간이 소요되는 사업들이다. 아파트 대량 공급의 경우 2년6개월가량의 공사기간이 필요한데 1~2년 안에 전세 수요를 안정화하긴 힘들다.
△정태희 팀장= 전세값 상승은 전세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전세 공급이 늘어나거나 수요가 줄어들어 수급이 맞아야 전세난이 해결될 수 있는데, 현 상황에서 수급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분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현장을 살펴보니 현지 중개업소에서 공통적으로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매매전환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수도권 전세가율은 70% 수준이다. 어느정도 올라야 매매전환 사례가 폭증하고 매매거래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가.
△허 연구위원= 단언하기는 어렵다. 부동산114 기준으로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이며 이달 첫째주 현재 78.1% 수준에 이르고 있다. 다만 78.4%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소폭 하락하는 추세다. 이는 최근들어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세가격 상승률을 앞질렀다는 의미이다. 과거와 같이 어느 시점에서 폭발적인 매매전환 사례가 증가한다고 예상하기는 어렵고, 점진적인 매매전환이 지속될 환경이라고 보는게 정확할 것 같다.
△김준환 교수= 과거 지방 도시의 사례를 봤을 때 전세가율이 80~90% 선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세가율 상승이 매매 전환의 지표로 여기는 것도 오류를 인식해야 한다. 향후 주택가격 상승이 본격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세입자의 매매전환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 책임연구원= 최근 전세자금 대출이 증가하면서 전세가율이 높다고 자기보유 자금이 크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더라도 전세보증금의 대출비중이 높은 가구는 전세를 유지하거나 월세로 전환하게 된다. 따라서 매매세제, 가격정체 위험, 보증금반환 위험 등을 고려할 때 대출을 제외한 실제 자기자금이 매매가격 대비 70% 내외 수준부터 매매전환 증가가 가시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지역에서 매매거래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전체 수도권 주택시장을 봤을 때는 아직도 침체됐다고 보여진다. 수도권 전반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어떤 요인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허 연구위원= 거시경제적 낙관이 시장 전반에 깔려야 한다. 소득이 증가하고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어지면 수도권 전반에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우선적으로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씻고 거시경제적 장기지표(고용, 소득, 경제성장률 등)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함 센터장= 현재로써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대책은 애매한 상황이다. 정부가 쓸수 있는 카드는 별로 남지 않은 것 같다. 다만 현재 정부가 바라는대로 거래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서 거래량은 회복되고 있으니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허 교수=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부동산 규제 정책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완화됐다고 판단되지만,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기본적인 요인은 정부의 정책적 통제 보다는 시장의 자율에 맡겨 원활한 순환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시장의 자율에 맡기게 되면 분명히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우려한 성급한 규제 도입보다는 부동산시장 내 소비자가 스스로 해결함으로써 합리적 판단의 사고방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차 패러다임이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높아지고 정부나 지자체서도 이에 발맞춰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월세로 임대차 시장이 재편되는 것이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하는가.
△박원갑 전문위원= 전세종말, 월세로의 흐름은 당연한데 저금리, 저성장이 가속화시키기는 촉매제다. 금리가 올라가도 추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김 교수= 월세로 임차시장 재편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소득 대비 월세가격 수준이 높아 순수 월세시장으로 진입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순수 월세시장 진입은 세입자들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어느 시점에서는 정부가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정 팀장= 현재 월세 재편의 형태는 전세를 곧바로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 전세 보증금 상승분만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처럼 단기간에 전세제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 책임연구원= 전세시장은 사적주택 자금조달시장으로 공급자와 수요자가 동시에 만족해야 존재할 수 있으며, 매매차익이 작아지고 금융권의 주택금융이 발달할수록 전세 임대인의 만족은 떨어진다. 따라서 향후 매매차익 기대가 낮고 주택금융은 계속해서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공급 감소는 필연적이다.
◇ 월세로 임대차 시장이 재편될 경우 임차시장에 머무르고 있는 매매 여력이 있는 자발적 수요자들도 집 구입에 적극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어떤 견해인가.
△허 연구위원= 저금리 환경이 지속된다면 매매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매매전환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낮은 금리로 월세보다 오히려 자가 거주에 따른 이자부담이 적은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집값 상승 여부가 아니라 지불하고 있는 주거비 측면에서 시장에 접근하는 수요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문위원= 월세가 매매수요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전세난 심화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월세가 매매수요를 자극할 수 있지만 전세가 사라지면 종전 전세 보증금으로 내집 마련을 하는 등의 구매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노 책임연구원= 임차가구는 전세주택 감소로 인한 선택이 매매전환이나 월세 중 하나다. 매매여력이 있다고 매매전환을 반드시 선택하지는 않고, 오히려 매매차익 기대가 적은 상황에서 경제력에 제한이 없는 가구는 입지나 서비스가 좋은 고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신규 분양시장에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30~40대 수요자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현재 전세난과 신규분양 시장 활황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지.
△박 전문위원= 모든 거래 증가는 전세난이 매개가 된다. 신규분양의 경우 이자후불제 등의 혜택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전세난이 심화되면 신규분양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함 센터장= 신규 분양시장은 청약제도 간소화, 분양대금 분납이 가능하다 보니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갈아타는 수요와 내집마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매력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신규분양을 받아 2~3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점도 영향이 있다.
△허 연구위원= 최근 주택시장은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 전환과 같은 실수요자들의 시장 진입이 적극적인 상황이다. 더욱이 젊은 계층은 임차주택에 대해서도 인테리어를 할 정도로 깨끗하고 활용도가 높은 집에 대한 지불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새집에 대한 수요가 더 강력하고 이들이 청약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